지난 8월29일 충남 아산의 한 재활용업체 부지에는 노랑, 주황, 초록 등 여러 색의 폐기물 포대가 층층이 쌓여 있었다. 일부 포대는 심하게 뜯어져 내용물이 밖으로 새어 나왔...
지난 8월29일 충남 아산시의 한 재활용업체 부지에 폐합성수지류 폐기물이 담긴 포대자루가 쌓여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경향신문은 지난 8월 전국의 쓰레기산 3곳을 찾았다. 폐기물이 일부만 처리되거나 미처리된 곳들이다. 길게는 10년 이상 방치된 쓰레기산에는 각종 오염 문제와 화재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지난 8월29일 충남 아산의 한 재활용업체 부지에는 노랑, 주황, 초록 등 여러 색의 폐기물 포대가 층층이 쌓여 있었다. 일부 포대는 심하게 뜯어져 내용물이 밖으로 새어 나왔다. 언뜻 화산재처럼 보이는 폐기물들이 초등학교 운동장만 한 땅을 가득 메웠다. ‘의성 쓰레기산 논란’ 5년 뒤, 쓰레기산을 대하는 책임자들의 태도는 미적지근했다. 지자체는 무심했고, 폐기물을 방치한 이들은 치울 의지가 없어 보였다. 환경부는 쓰레기산이 대부분 사라졌다고 여겼다. 환경부 관계자는 “점검을 통해 새로 적발한 곳이 있었을 뿐”이라며 남은 쓰레기산도 지자체가 쓰레기를 방치한 이들을 독려하면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지난 8월22일 찾은 인천 부평구의 한 쓰레기산은 대형마트 바로 옆에 있었다. 건설폐기물을 불법으로 방치한 업체 대표가 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1만4000t이 넘는 쓰레기가 공터에 덩그러니 남았다. 높은 임시 벽을 둘러놓아 밖에서는 쓰레기가 보이지 않는다. 벌어진 틈 사이로 들여다보면 무성한 잡초 더미에 방수포와 콘크리트 조각, 목판, 폐벽돌 등 건설폐기물이 뒤엉켜 있다.마트 앞을 지나던 주민들은 쓰레기산의 존재조차 몰랐다.
지금까지 방치된 쓰레기산도 비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전국 ‘미처리’ 쓰레기산 38개 중 서울에 위치한 것은 한 곳도 없다. 경기에 5개, 인천에는 2개가 있다. 충북이 8개로 가장 많고, 충남과 경북이 각각 6개로 뒤를 이었다.폐기물은 크게 가정에서 배출되는 생활폐기물과 기업 등에서 나오는 산업폐기물로 나뉜다. 쓰레기산은 산업폐기물의 이동 과정에서 발생한다. 생활폐기물은 ‘발생지 책임 원칙’에 따라 지자체 내에서 처리하지만, 산업폐기물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대부분 민간업체인 처리시설은 지자체 허가만 있으면 쓰레기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 처리할 수 있다.
의성 쓰레기산 처리 때는 20만8000t 중 70% 이상이 재활용됐다. 방치된 쓰레기의 절반인 9만5000t이 시멘트 공장의 보조 연료로 재활용되며 주목을 받았다. 시멘트를 제조할 때 필요한 유연탄 대신 쓰레기 소각열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폐기물을 수출하기도 했지만, 최대 수입국이던 중국이 2018년 1월부터 폐플라스틱 등 24종 폐기물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국내에서 처리해야 할 쓰레기 용량이 늘어난 점이 골칫거리로 떠오르면서 에너지 재활용이 대안으로 조명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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