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직장인 A씨(37)는 지난 1월부터 “사재기하듯이” 옷을 사기 시작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 ‘타오바오’를 알게 되면서다. 반팔 티셔츠 한 장이 3000~50...
서울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지난 1월부터 “사재기하듯이” 옷을 사기 시작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 ‘타오바오’를 알게 되면서다. 반팔 티셔츠 한 장이 3000~5000원 정도라 부담은 없었다. 같은 옷을 흰색, 검정, 남색 등 색상별로 사들인 뒤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은 버리는 일이 반복됐다.
A씨가 구매한 옷을 생산·운송·사용·폐기하는 과정을 분석한 결과, A씨는 지난 1~4월 옷 소비로만 681.61kg CO₂eq의 탄소발자국을 남긴 것으로 추산됐다. CO₂eq는‘이산화탄소 환산가’로, 여러 종류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수치다. 이산화탄소 681.61kg는 비행기로 서울과 부산을 6~7번 왕복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량과 맞먹는다. 이를 제거하려면 1년간 약 8.6k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30년생 소나무 238그루가 필요하다.‘딜리버-스루’ 소비가 남긴 탄소발자국은 2년 전보다 3.49배가량 늘었다. 지난 1~4월 소비를 통해 최종적으로 소유하게 된 옷은 25벌이다. 2년 전과 비슷한 규모이지만, 그 과정에서 훨씬 많은 옷을 사고 버리면서 탄소발자국이 증가했다. 오래 고민해 한 벌씩만 옷을 샀던 A씨는 타오바오 이용 뒤에는 기본 티셔츠 등을 검정, 흰색, 곤색 등 색깔별로 사는 경우가 급증했다.
옷 이동 거리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운송 단계가 ‘딜리버-스루’ 소비 탄소발자국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17%다. 비율로만 보면 생산단계보다 영향이 덜하지만, 이 부분 탄소배출량은 2년 전보다 70배가 늘었다. 운송 과정은 이동 거리와 운송 수단에 따라 환경영향이 달라진다. A씨의 경우 국내 의류 매장을 주로 다니던 과거와 달리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타오바오 이용이 늘면서 옷의 운송 거리가 늘어난 점, 탄소 배출이 많은 항공운송을 자주 이용한 점이 탄소발자국을 늘렸다. 이밖에 해외로 수출되는 옷들이 재활용에 해당한다. 일부만 국내에서 중고로 판매되거나 섬유로 재활용되고, 대부분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일대 저개발국에서 팔린다. 재활용은 다른 소비자에 의해 다시 쓰인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소각보다 나은 결말로 여겨진다. LCA에서도 일단 수출길에 올라 재활용이 결정된 옷들은 더는 추적 대상이 아니다.바다를 건넌 옷들이 더는 탄소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최 박사는 “수출되는 옷이 선박을 타고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추가로 탄소가 배출된다”며 “A씨 후에 옷을 받게 될 다음 사용자가 꾸준히 입는다면 탄소발자국은 줄어들겠지만, 여기서도 폐기되고 소각된다면 탄소발자국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구조에서 소비자 개개인이 자신의 행동이 불러올 환경 영향을 제대로 알기는 어렵다. 최 박사는 “A씨 소비 변화를 LCA한 결과 소비자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탄소발자국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면서도 “싼값을 지불하고 상품을 빠르게 받아보는 사회에서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매한 물건에 애착을 갖지 못하고, 버릴 때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각종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은 옷의 생산과 운송 과정을 제대로 알 수 없고 결과물만 받아보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딜리버-스루’ 소비 환경오염을 소비자만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옷 ‘수명’이 짧아질수록, 생산단계의 환경 영향이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A씨 사례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확인됐다. 2년 전 의류 소비에서는 전체 탄소발자국 중 62%가량이 사용 단계에서 발생했다. 반면 ‘딜리버-스루’ 소비가 남긴 탄소발자국 중에서는 생산 단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컸다. 소비의 전 과정 중에서 사용 단계가 남기는 탄소발자국이 줄어드는 만큼, 생산 단계의 환경 영향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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