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지난달 11일 새벽 인천항을 떠난 폴레간드로스호에는 중고의류로 가득 찬 컨테이너가 실렸다. 다음달 말 도착할 최종 목적지는 나이지리아 오네항이다. 한국에서 버려진 ...
지난달 4일 경기 파주시 한 중고의류 수출업체에 산처럼 쌓인 헌 옷 더미 앞에 아동 원피스의 영정이 놓여 있다. 중국에서 배송돼 한국에서 한 번 입힌 뒤 버려진 이 옷은 수출업체 창고에 머물다 조만간 해외로 나간다. 한수빈 기자한국에서 버려진 옷들이지만 ‘한국 옷’이라고 부르긴 어렵다. 타국 원료로 중국, 캄보디아 등에서 제작된 뒤 한국 소비자를 거쳐 아프리카 대륙에서 최종 폐기될 물건들이다.
경향신문은 소비자에게 닿기 전부터 ‘헌 의류’로 한국을 떠나기까지, 버려진 것들의 이야기를 추적했다. 줄무늬 치마, 유아 원피스 등 구체적 물건들의 생애사에는 원료와 제품의 국제적 이동, 쉽고 빨라진 소비와 폐기, 버려진 이후 다시 시작되는 긴 여정 등이 녹아 있다. 따로 인식되던 개별적 순간들을 하나로 이으면 헌 옷 대이동에 개입한 모두의 연결성이 드러난다. 산업 대응은 곧잘 제도를 앞서간다. 의류업체에서 얼마나 많은 양의 폐섬유가 소각 처리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이 중 일부는 소비자에게 닿은 적 없는 재고들이다. 유럽연합은 지난 7월 의류 재고 소각을 금지하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한국은 재고 소각량조차 제대로 집계되지 않는다. 비공식 경로로, 불투명한 규모로 소각되는 경우도 많다고 관련 업계는 말한다.
경향신문이 창간 78주년을 맞아 버려진 물건들의 이야기를 담은 ‘쓰레기 오비추어리’ 전시를 7일 시작했다. 동명의 창간기획 시리즈 연계 전시다. 2개 전시관에 창간기획팀이 직접 제작한 14점의 작품을 배치했다. 오비추어리관의 세 작품에는 지난달 중고의류 수출업체 컨베이어 벨트에 놓였던 물건들 궤적을 담았다. 방 중앙에는 커다란 수출용 옷더미를 덩그러니 놓았다. 베일 주변으로 주요 생산·소비·수출·폐기 지역의 위도와 경도를 표기해 복잡하게 얽힌 지구적 연결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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