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퍼붓는 날에는 졸음쉼터로 들어오는 차들이 청소하는 노동자들을 발견하지 못해서 아찔한 순간이 많다. 쥐며느리, 귀뚜라미 등 쉼터 화장실에 창궐하는 갖가지 벌레들을 퇴치하는 일도 여름철 현장지원직 사원들의 주요 업무다. 📝 변진경 기자
똑같은 작업을 반복했다. 차씨는 한국도로공사 현장지원직 사원이다. 각 지사마다 팀을 나누어 고속도로 주변의 졸음쉼터, 부체도로 주변, 휴게소 녹지대 인근 등을 청소한다. 마땅한 그늘도 휴게시설도 없는 현장에서 청소하고, 이동하고, 대기하기를 반복한다.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찾아오는 여름철에는 더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에 몰린다. 도로 위에 잠깐만 서 있어도 온몸이 땀에 젖는다. 비가 퍼붓는 날에는 졸음쉼터로 들어오는 차들이 청소하는 노동자들을 발견하지 못해서 아찔한 순간이 많다. 쥐며느리, 귀뚜라미, 돈벌레, 딱정벌레 등 쉼터 화장실에 창궐하는 갖가지 벌레들을 퇴치하고 방역하는 일도 여름철 현장지원직 사원들의 주요 업무다. 함께볼기사 차씨는 원래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이었다. 용역업체에 소속되었지만 본사의 지시를 받고 일하던 노동자들에 대해 법원은 불법 파견을 인정하며 한국도로공사 측에 직접고용을 주문했다.
〈그림 3〉은 그날 박씨가 작업 조끼 주머니 안에 지녔던 온도기록계가 기록한 온도 변화다. 오전에 38.1℃, 오후에 36.3℃까지 치솟았다. 30℃ 아래를 기록한 때도 결코 편한 시간이 아니다. 근무시간 중에는 무조건 담당구역으로 배정받은 고속도로 주변 ‘현장’에 있어야 한다. 청소 업무 사이 휴식 및 대기 시간에도 마찬가지다. 졸음쉼터 주차장, 휴게소 외곽, 부체도로 위에 있거나 아니면 그 사이를 잇는 고속도로 위를 달리고 있어야 한다. 폭염경보가 뜨든 호우주의보가 떨어지든 고속도로 아스팔트 위를 벗어나면 ‘근무지 무단이탈’이 된다. 청소를 마치고 나면 따로 사무실도 휴게실도 없으니 고속도로에 세워놓은 차 안에서 오랜 시간 대기한다. 에어컨은 틀지만 청소 집기가 가득한 좁은 차량 내부에 6~9명이 붙어 앉아 몇 시간째 대기하는 일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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