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에스케이케미칼·애경 전 대표 공범 판단 뒤집어 파기환송 선고. 대법원은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화학물질이 어떤 가습기 살균제 원인인지 정확히 밝혀야 한다고 판단, 공소시효 만료 가능성도 제기
가습기살균제 참사 가해기업 유죄 선고를 호소하는 피해자·시민사회단체 관계자가 지난 1월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인근에서 열린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와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의 2심 선고 관련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들어간 ‘가습기메이트’ 등의 가습기살균제 를 만들고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에스케이(SK)케미칼·애경 등 전직 대표 등에게 금고형을 선고했던 2심 판결이 대법원 에서 일부 뒤집혔다. 이들이 앞서 실형을 받았던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등과 공범이라고 판단한 부분을 다시 심리하라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6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에스케이케미칼 대표,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각각 금고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광고 대법원은 피해자들을 사망하게 한 화학물질이 어떤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이 된 것인지 정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 98명 중 94명이 옥시와 에스케이케미칼·애경 등 여러 회사의 가습기 살균제를 함께 사용한 ‘복합 사용자 그룹’이기 때문이다. 가습기살균제에 쓰인 화학물질은 옥시 등에 사용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계열과, 애경·에스케이케미칼 등이 사용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MIT) 계열로 나뉜다. 옥시가 사용한 화학물질에 대해 2014년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백서에서 “명백히 위해하다”고 판단했다. 이 성분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고 판매한 옥시 전 대표는 징역 6년이 확정되기도 했다.하지만 대법원은 “옥시 사건의 피고인들이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의 주원료와, 이번 사건 살균제의 주원료는 성분·체내분해성·대사물질 등이 전혀 다르고,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활용하거나 응용하여 개발·출시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또 “어떤 제품이 개발·출시된 후 경쟁업체가 ‘기존 제품과 주요 요소가 전혀 다른 대체 상품'을 독자적으로 개발·출시한 경우에는 사망·상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정을 공동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볼 여지가 없다”며 원심의 근거만으로는 이들과 옥시의 공동정범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업무상과실치사죄의 공소시효가 7년인 만큼, 사건이 파기환송된 후에는 면소 판결이 선고될 가능성도 커졌다. 피해자들이 사망한 시점은 2010∼2011년이지만 검찰이 기소한 시점은 2019년이다. 당시 검찰은 공범이 기소되면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형사소송법 규정을 들어 기소할 수 있었으나, 파기환송심에서 최종 공범이 아니라고 판단하게 되면 공소시효는 끝난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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