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여성들만 무대에 서던 그 공연이 돌아왔다 - 여성국극 '정년이', 웹툰에서 창극까지 SBS뉴스
/ 출처 : 국립극장 홈페이지 " data-captionyn="Y" id="i201773179" src="https://static.sbsdlab.co.kr/image/thumb_default.png" class="lazy" data-src="//img.sbs.co.kr/newimg/news/20230414/201773179_1280.jpg" style="display:block; margin:20px auto" v_height="384" v_width="655">지난달 이 웹툰은 국립창극단의 창극 ‘정년이’로 만들어졌습니다. 2주간 공연이 일찌감치 매진되는 화제작이었습니다. 창극을 종종 봤지만, ‘정년이’는 객석의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습니다.
패션디자이너 노라노 선생님이 당시 연극 의상을 몇 번 한 경험이 있는데, 다른 극단을 가면 좋은 옷을 만들어 입히고 싶어도 너무 가난해서 그러지 못했는데 여성국극단에 가면 창고에 비단이 넘쳐나더라, 이런 증언을 한 적도 있다. 요즘의 케이팝 아이돌 같은 인기를 누렸던 거다. Q. 레퍼토리가 다양했다던데.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외국작품도 번안해서 하고. 그래도 남주인공 역할은 무조건 소리를 잘해야 했다. 외모나 키도 중요했고. 남주인공 역할을 맡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남자 역할을 하고 싶어서 극단에 들어갔는데 ‘너무 예뻐서’ 계속 여자 역할만 맡다가 화가 나서 직접 나가서 극단을 만든 경우도 있었다. ‘박미숙과 그 일행’이라는 극단을 이끌었던 선생님에게 들은 얘기다. Q. 남주인공을 맡으려면 분장도 연기도 목소리도 달라야 했을 텐데.
한편 여성국극의 쇠락 요인으로는 당시 영화나 TV 방송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는 점을 가장 많이 든다. 또 후학 양성을 못했다는 점도 작용했다. 여성국극 하던 선생님들은 당시 너무 인기가 있어서 계속 무대에 서기만 하다가 앞날을 준비 못했다고 후회하더라.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김을동 전 국회의원이다. 김을동 씨가 여성국극 2세대 배우였는데 방송으로 진출한 거다. 여성국극 쪽에선 그다지 빛을 못 봤지만 TV에서 굉장히 성공했고, 정치까지 하게 되었다. 이런 인연으로 김을동 의원실에서 여성국극 관련 콘퍼런스도 개최하고 관심을 보였다. A. ‘정년이’가 드라마도 만들어진다는데, 창극으로 먼저 볼 수 있었던 게 너무 좋았다. 객석의 열기가 대단했고 20대 여성들이 창극을 이렇게 향유할 수 있다는 점도 뭉클했다. 아직 극을 시작도 안 했는데 환호할 준비가 되어 있더라.
백도앵이라는 캐릭터도 나오는데, 끝까지 노래를 못 부른다. 너무 양반집 출신이라 ‘노래는 기생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여성국극 극단에서 굉장히 갈등하는 캐릭터다. 실제로 내가 인터뷰했던 이소자 선생님이 그런 케이스였다. 이중의 구속 상태에 놓이게 되는 건데, 본인은 여성이고 무대에서는 완전히 남성으로 세상을 호령하는 존재로 서 있지만, 그 와중에도 노래를 부르면 기생 출신이라고 할까 봐 너무 두려운 거다. 그래서 이 선생님을 무대에 세워서 ‘노래는 부르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여성들만 무대에 올라갈 수 있었던 공연이, 지금도 아니고 1950년대 있었다는 게 오늘을 사는 젊은 여성들에게 큰 힘이 되었을 거다. 심지어 있었을 뿐 아니라 당시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성공을 이룬 사례인데, 사실 지금도 그러기는 힘드니까 일종의 판타지를 제공해 주는 점도 있다. 여성국극, 과거의 영광은 어디로 저는 2000년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여성국극 춘향전을 취재하고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여성국극 부활 움직임이 일었던 1990년대 여성국극 남주인공 역할을 많이 했던 이등우 씨가 몽룡을, 이번 ‘정년이’에서 작창과 음악감독을 했던 이자람 씨가 당시 젊은 소리꾼으로 춘향을 연기했습니다. 남북 교류가 활발했을 때라 평양 공연 추진 얘기까지 나왔지만 무산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예술 장르든 태어났으면 소멸될 수도 있다고 본다. 물론 끝자락에서 계속 지키고 있는 사람들 덕분에 어떤 장르들은 중요한 전통으로 살아남기도 하지만, 어떤 장르는 힘을 잃게 되는 데에도 이유가 있지 않을까. 여성국극은 생각보단 전통을 많이 고수한 장르는 아니었고 대중적 요소가 많이 섞였는데, 지금은 대중적인 장르가 너무 재미있는 게 많지 않나. 시대에 따라 사람들의 구미나 애호도가 계속 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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