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무더워져 공부의 고삐가 풀릴 즈음이면 나뭇가지 끝에서 우윳빛으로 조롱조롱 피어나는 꽃이 있다. 조선시대의 학동들은 이 꽃을 보고 과거시험 채비를 재우쳤다. 회화나무 꽃...
날씨가 무더워져 공부의 고삐가 풀릴 즈음이면 나뭇가지 끝에서 우윳빛으로 조롱조롱 피어나는 꽃이 있다. 조선시대의 학동들은 이 꽃을 보고 과거시험 채비를 재우쳤다. 회화나무 꽃이다. 조선의 학동들에게 이 꽃은 여름 지나 가을에 열리는 과거 응시의 시간이 다가왔다는 신호였다.
나뭇가지를 거침없이 펼치되, 모난 데 없이 부드러우면서도 넉넉한 품을 갖춘 회화나무는 성장한 선비의 생김새를 닮았다 해서 ‘선비나무’ 혹은 ‘학자수’라 불러왔다. 중국에서도 ‘입신출세’의 상징으로 여기며 ‘출세목’이라고 부른다. 옛 선비들은 집을 옮겨갈 때에도 이삿짐 목록에 회화나무를 담았다고 할 정도로 아꼈으며, 일부러 눈에 잘 띄는 안마당에 심어 지체 높은 가문임을 알리는 상징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는 충남 당진시 송산면 삼월리 회화나무도 그런 나무다. 이 나무는 조선 중종 때 좌의정을 지낸 용재공 이행이 중종 12년에 이 자리에 집을 짓고 자손의 번영을 기원하며 심었다고 전해진다. 회화나무를 집 안에 심어 정성껏 키우면 훌륭한 선비가 나오게 되리라는 기대에서였다.
‘당진 삼월리 회화나무’는 회화나무 특유의 자유분방한 분위기로 나뭇가지를 펼치며 웅장한 모습을 갖췄다. 나무높이 21m, 가슴높이 줄기둘레 5.7m의 큰 나무이며, 사람 키 높이 부분에서 동서 방향으로 각각 16m, 남북 방향으로 18m 정도씩 나뭇가지를 풍성하게 펼쳤다. 500년 넘는 긴 세월 동안 균형 잡힌 생김새를 전혀 잃지 않아 우리나라의 모든 회화나무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수형을 가진 나무로 여겨진다. 최근 ‘회화나무 문화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주변을 말끔하게 단장했다. 회화나무 곁에는 마을 살림살이의 중심인 주민복합문화공간이 자리 잡았다. 나무를 아끼고 노래했던 옛 선비의 살림살이 자취는 지금 찾아볼 수 없다. 사람의 무늬가 사라진 자리에 홀로 남은 나무가 서리서리 풀어내는 사람살이의 향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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