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피하기만 했던 사람들이 다가와서 이것저것 물어봐요. 우리 동네 작은 영웅이 된 것 같은 기분이어서 행복합니다.”
경기 성남시 모란역 일대에서 생활하는 홈리스 김정식씨는 ‘지하철역 환경지킴이’로 선발돼 일하는 것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성남시와 한국철도공사, 성남시노숙인종합지원센터가 진행하는 ‘노숙인 일자리 협력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모란역 앞에서 만난 김씨는 환경 미화활동 중임을 알리는 노란색 조끼를 입고 있었다. 손에는 검은 비닐봉지와 긴 집게를 들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그는 역사를 돌며 바닥에 떨어진 담배꽁초와 전단지를 치웠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자판기 위 쓰레기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매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 가량 지하철역 일대를 돌며 환경 미화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김씨는 과거 20년간 건설현장에서 석재를 다루는 노동자로 일했었다. 하지만 2019년 산재를 당한 다음부터 그의 삶은 달라졌다. 다시 일을 하려고 해도 몸이 따라주지 않았고, 또 다칠 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결국 일을 포기했다.
그는 “희망을 잃고 거리 생활을 시작했는데 최근 다시 용기를 내 참여했다”고 했다. 주변에서 ‘그거 해서 뭣 하느냐’는 모진 말을 듣기도 했지만, 그는 이 일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그는 “내가 남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좋다”면서 “매일 하루가 새로운 기분”이라고 했다.성남시는 한국철도공사, 성남시노숙인종합지원센터와 협력해 모란역 주변 홈리스들에게 환경미화 일자리를 제공하는 ‘노숙인 일자리 협력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 홈리스 6명이 참여해 10월까지 모란역 일대를 청소한다. 참여하는 홈리스는 하루 3시간, 월 60시간 일하고 82만원을 받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해 5월~11월 처음 시행됐다. 당시 4명이 참여했고 이 중 3명은 성남시 리스타트 사업에 참여해 노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김의회 성남노숙인종합지원센터 센터장은 “‘홈리스’가 ‘다른 홈리스’를 케어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사업의 장점”이라며 “다른 홈리스가 자활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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