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딱 둘밖에 없다는 불로장생의 약을 눈앞에 두고, 남편과 아내의 대화는 끝없이 표류했다...
세상에 딱 둘밖에 없다는 불로장생의 약을 눈앞에 두고, 남편과 아내의 대화는 끝없이 표류했다. 한 개를 먹으면 늙지 않고, 두 개를 먹으면 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는 신령스러운 약이었다. 누가 어떻게 약을 먹어야 할지 의논하면서 사흘 밤낮을 지냈으나 결론이 나지 않았다.
“태양이 지는 쪽을 향해 날마다 걸었어. 당신도 알다시피 한꺼번에 하늘로 떠오른 열 개의 태양 가운데 아홉 개를 내가 활로 쏘아 떨어뜨렸잖아? 세상이 불구덩이가 되는 것을 구한 공만으로도 약은 내 맘대로 처분하는 게 마땅해. 생각해 보면 태양이 하나라서 다행이었어. 여러 개였다면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우왕좌왕했을 거야. 험한 산을 넘고 지평선이 아득한 광야를 가로질렀어. 울창한 숲에서 길을 잃기도 했지. 그러면서 여섯 괴물을 만나 차례로 싸움을 벌여야 했어. 길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괴물, 사람 얼굴을 하고 아기 우는 소리를 내는 소, 머리가 아홉 개 달린 이무기, 폭풍을 일으키는 사나운 새, 코끼리를 삼키는 구렁이, 식인을 즐기는 거대한 멧돼지. 활로 쏘고 칼로 베었지.”1)“나도 쉽게 약을 구한 건 아니야. 내 몸을 지키기 위해 무쇠 신을 신고 무쇠 지팡이를 들고 걸어야 했지.
“밭 갈고 빨래하고 나무하고 불 때고 물 길어오는 사람이 어떻게 세상을 구할까. 태양을 쏘아 떨어뜨리고 괴물을 베어 없앤 나 같은 영웅이 해야 할 일이지. 약을 나눠 먹고 함께 영생을 누리자.”“영웅은 필요 없다. 세상을 나에게 다오.”3) 예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여 항아는 하늘로 올라가 달에 머물게 되었다. 달에서는 세상이 희미하게 보였다. 밝은 빛무리 몇 군데가 눈에 띄었고, 역사는 그것을 문명이라 불렀다. 이따금 폭발하기도 하는 문명의 빛은 세상의 일부를 비추었을 뿐 전부를 비춘 적은 없었다. 빛무리 주변은 황량한 어둠이었고, 그곳은 역사책에서 언급되지 않는 사람들의 영역이었다. 그들을 위해 문명이 한 일은 많지 않았으며, 그들의 삶은 거의 무의미한 고통으로 이어졌다.4)
부희령의 이야기의 발견 구독 항아는 깨달았다. 하늘에 높이 떠서 세상을 구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다만 사람들이 달을 바라보며 슬픔을 말할 때 눈물을 흘릴 수 있을 뿐이었다. 항아의 눈물이 흘러넘쳐 세상의 모든 물이 되었다. 그래서 달은 천 개의 강과 하나의 바다에 잠긴 채 세상을 비추는 것이다.부희령 이야기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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