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증인들]③따뜻한 겨울 탓 배·꿀 흉작…이상기후, 더 자주 더 세져 더 암울

대한민국 뉴스 뉴스

[기후변화의 증인들]③따뜻한 겨울 탓 배·꿀 흉작…이상기후, 더 자주 더 세져 더 암울
대한민국 최근 뉴스,대한민국 헤드 라인
  • 📰 kyunghyang
  • ⏱ Reading Time:
  • 65 sec. here
  • 3 min. at publisher
  • 📊 Quality Score:
  • News: 29%
  • Publisher: 51%

눈이 한 차례도 내리지 않는 따뜻한 겨울과, 초여름 날씨를 방불케 하는 고온건조한 봄, 한 해에 태풍이 7번이나 몰아치는 기후변화의 시대에 농사는 더 이상 단순한 일도, 땀 흘린 만큼 결과가 돌아오는 일도 아니다.

나주에서 배 농사를 짓는 노봉주씨가 냉해로 인해 크기가 골프공보다 작고 모양이 찌그러진 기형 배들을 보여주고 있다. 노봉주씨가 자신의 배밭에서 냉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농업 재해 세계적 현상…농작물값 폭등 땐 국내 식량 안보 타격한때 농사는 단순하고 정직한 일이었다. 베테랑 농부든, 초보 농부든 계절의 변화에 맞춰 매 달 해야 하는 일들이 있었다. 그리고 땅 고르기와 비료 주기 같은 그 티 나지 않는 일들을 얼마나 성실하게 했느냐에 따라 결과도 달라졌다. ‘땀 흘린 만큼 결과가 나오는’, 정직한 원리가 여전히 작동하는 일이었다.

그의 밭에는 골프공보다 작은 크기의 열매들이 여기저기 떨어져 질척이는 땅에 처박혀 있었다. 푸릇푸릇한 배나무에는 나뭇잎만 무성했다. 처음엔 그렇게 보였다. 배나무에 달려있는 열매의 크기가 워낙 작아, 나뭇잎에 다 가려졌기 때문이다. 나무에 달려있는 열매의 크기도 바닥에 떨어진 것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떤 가지에는 검게 말라 비틀어진, 언뜻 보면 얇은 나뭇가지 같은 배꽃도 붙어 있었다. 나씨는 밭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배나무 가지에 달려있는 열매를 툭 땄다. “이런 배들은… 이렇게 비틀어진 것들은 돈이 안 돼요.” 그는 가지의 나뭇잎들을 들추며 말했다. “원래는 이런 꼭지 하나하나에 배가 5개, 6개씩 달려있어야 해요.” 그가 가리킨 곳에는 열매가 3, 4개씩밖에 없었는데, 그마저도 모양이 찌그러진 것들이 많았다. 나씨가 아직 새파란 열매 하나를 이리저리 돌리며 살피다 자신의 엄지 손가락에 갖다댔다. “이때쯤이면 이것보다 열매 크기가 1.5배, 2배는 돼야 하는데….

양봉업 경력 40여년의 임씨가 올해 6월 말까지 딴 아카시아 꿀은 2드럼에 불과하다. 그는 보통 5월 말쯤이면 아카시아 꿀만 20~30드럼씩 땄었다. “ 그것도 좋은 꿀이 아니라, 수분이 많이 함유된 ‘물꿀’이에요.” 그는 올해 1차지로 경상북도 구미, 2차지로 세종시 조치원을 찾았고, 3차지로 자신이 양봉을 하는 강원도 철원으로 돌아왔다. 모든 지역에서 꿀이 부족했다. “ 경상도 지역에서 날씨가 나빠도 충청도에 가면 꿀이 있고, 또 거기서 안 되면 강원도로 오면 됐고 그랬는데, 올해는 어느 지역에 가도 꿀이 나오는 곳이 없었어요.”아카시아 꽃은 국내 양봉농가의 주 밀원이다. “원래 아까시는 기적 같은 나무예요. 큰 나무들은 한 나무에서도 꿀이 많게는 3말이 나온다고 그래요.” 한국양봉농업협동조합의 ‘2020년 벌꿀 생산 흉작 원인 분석 및 작황과 지원방안’ 보고서에는 이 ‘기적 같은 나무’에 일어난 일이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올해처럼 모든 지역에서, 모든 종류의 꿀이 안 나는 흉년이 오면 복구를 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황협주 한국양봉협회장은 “꽃이 피었는데도 벌이 굶어 죽는 것은 처음 봤다”고 했다. 그는 “꽃밭에서 벌이 아사하는 것은 극히 드물다”면서 “벌에게 먹이는 설탕을 긴급히 구해서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양봉농가의 흉년은 2018년에도 있었지만, 올해는 그때와 비교해도 더 상황이 좋지 않다. 황 회장은 “그때는 안동, 예천, 이런 내륙지방은 괜찮았어요. 그래도 꿀이 한 3만t 이상은 생산됐는데, 올해가 사상 유례없는 해”라고 했다.

이 소식을 빠르게 읽을 수 있도록 요약했습니다. 뉴스에 관심이 있으시면 여기에서 전문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kyunghyang /  🏆 14. in KR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단독] 회당 전기요금 88원? 효율 과장한 삼성전자 ‘1등급 건조기’[단독] 회당 전기요금 88원? 효율 과장한 삼성전자 ‘1등급 건조기’실험조건 명시없이 DOE 기준 사용 실제로는 전기요금 두 배 더 들어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단독] '팀닥터, 볼 입맞춤 강요' 성추행 피해자 더 있다[단독] '팀닥터, 볼 입맞춤 강요' 성추행 피해자 더 있다오늘 기자회견에서는 의료 면허가 없으면서도 팀 닥터라고 불렸던 안 모 씨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안 씨가 선수들을 치료해 주겠다면서 성추행을 했다는 내용입니다. 저희가 추가로 취재한 결과 안 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선수들은 더 있었습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다주택자, 종부세로 더 옥죈다…세율 추가 인상도 검토다주택자, 종부세로 더 옥죈다…세율 추가 인상도 검토정부, 여당이 집값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종합부동산세 강화 방안이 이르면 이번 주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2·16 대책 때 나왔던 안 보다 세율을 더 높이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다주택자 종부세로 더 옥죈다…실질 세 부담 높이는 방안 검토다주택자 종부세로 더 옥죈다…실질 세 부담 높이는 방안 검토정부와 여당이 투기성 다주택자에 대해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종부세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과표 기준선을 낮추거나 기본공제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투기성 다주택 수요를 더 강력하게 옥죄는 방안이 논의 선상에 올라 있습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인터뷰] 김태년 '더 센 종부세법…집값안정 위한 세제 전반 검토'[인터뷰] 김태년 '더 센 종부세법…집값안정 위한 세제 전반 검토'■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뉴스룸'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방송 : JTBC 뉴스룸 / 진행 : 서복..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폭행 혐의 경주시청 감독·여자 선배 영구 제명''폭행 혐의 경주시청 감독·여자 선배 영구 제명'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故최숙현 선수를 폭행한 걸로 지목된 경주시청 감독과 선배 선수에게 영구 제명이라는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피해자들 진술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Render Time: 2025-04-12 19:1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