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이래 27년째 성별 임금격차가 가장 큰 국가다. 그마...
여성의 몫을 미뤄뒀던 대가는 하나씩 청구서가 돼 날아오고 있다. 영국의 제2의 도시 버밍엄은 5일 대법원의 남녀 동일 임금 판결에 따라 최대 7억6000만파운드를 지급해야 하는데 재원이 없어 사실상 파산을 선언했다. 과거 버밍엄 시의회는 환경미화와 같이 남성들이 많은 직종에만 상여금을 줬다. 이에 교육 보조, 급식 등의 업무를 해 온 여성 170명이 지난 2012년 소송을 제기했고 승리한 것이다.
이씨와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남성들은 S등급을 지나 과장, 부장이 됐다. 이씨는 “저한테 일을 배웠던 후배들도 관리자·임원이 돼 과장님, 부장님이라 부르지만 그 사람들은 저를 ‘미옥씨’라고 부른다”며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는 게 존재를 부정당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승격 차별은 임금 차별로 직결된다. KEC 생산직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등급’이기 때문이다. 하위 등급의 가장 높은 호봉이 상위 등급의 가장 낮은 호봉보다 기본급이 낮게 설계돼 있다. 급여는 기본급과 그에 연동되는 각종 수당으로 구성돼 있어 기본급이 낮으면 수당에도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윤씨는 “S4등급과 J3 등급은 연봉으로 보면 1000만원 정도 차이난다”며 “사실 여성들 월급은 최저임금을 겨우 넘는 수준이라 말하기도 창피하다”고 말했다.KEC 여성 노동자들이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시작한 것은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다. 이 회사 노사는 2010년 큰 전환점을 맞는다. 사측의 직장폐쇄 시도에 노조가 1년여 파업 투쟁을 했는데 회사가 여성 기숙사에 용역을 투입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여성들에게는 트라우마가 됐다. 김진아 부지회장은 “전에는 노조도 남성 중심이었는데 그 사건을 계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후 노조는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인트라넷에서 승격 일자, 등급을 모으고 노조 간부들이 일일이 각 부서 동료들에게 입사일, 승격연도, 현재 등급을 조사해 결과를 취합했다. KEC 사례는 노조가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노조가 먼저 성별에 따른 차별의 통계적 증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2019년 인권위 “승격 성차별” 인정인권위는 2019년 9월 오랜 기간 누적된 생산직 여성 노동자들의 승격에서의 성차별을 인정했다. 그리고 회사에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 계획을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사측은 인권위 조사에서 남성은 ‘설비 능력’이 있어 승격에 유리했다고 주장했지만 인권위는 남녀 모두 3조 3교대로 운영되고, 남녀 근로자의 작업 조건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봤다. 게다가 ‘설비 능력’은 인사 규정에 없고 승격 기준으로 근로자들에게 공지된 적도 없었다.
지회는 검찰에 항고했지만 검찰은 2022년 4월 다시 무혐의로 결론 냈다. 검찰은 대표이사가 2019년 인권위 시정 권고 이후 인지했다는 사측의 소명을 인정했다. 김진아 부지회장은 “결과가 나왔을 때 우리 모두 울었다”며 “관행은 회사가 만든 것인데 책임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 노동자들은 차별이 ‘관행’이라고 한 부분에 실망했다. 윤수진씨는 “‘안되는구나’, ‘바뀌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회사 뿐 아니라 법도 여성을 차별하는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노조는 ‘싸움력’이 늘었다. 이미옥씨는 “그때 증거가 필요하다는 걸 절실하게 깨달았다”며 “공문 하나라도 사측에 보냈다면 증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이사는 정말 승격 차별에 대해 몰랐을까. 이씨는 “교섭에서 수없이 얘기했는데 전달이 안 됐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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