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년 전 고려 금성대왕 신앙, 구파발 금성당제로 이어지다 금성대왕 금성당제 은평시민신문 박은미
"2023년 계묘년 봄, 스므사흘 금성대왕님, 금성대군님, 이회장군님, 이말산 궁인님 제 신령님을 경하하며 삼가 맑은 술과 제물을 차려 공경히 올리오니 헤아리시어 흠향하여 주시옵소서"양종승 금성당제보존회 회장의 축문이 끝나자 쇳소리와 가죽 소리를 울려 해로운 기운을 없애고 신성한 곳이 되도록 정화하는 주당물림이 시작되었다. 이어 이말산으로 올라 궁인들의 혼을 맞이하는 이말산 궁인맞이, 금성대왕을 모시고 놀리어 나라의 태평성대를 축원하는 금성대왕 거리, 홍제동 할미당, 무악재 사신성황당, 박석고개 서낭당 등의 여러 당신을 맞이하는 제당맞이 등 다양한 의례가 하루 종일 이어졌다.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 금성당제는 오후 5시 가까이 되어서야 강민정 만신의 제당배웅에 들어갔다. 제당배웅은 모셔 왔던 당신을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도록 배웅하는 의식이다. 금성당제를 올린 만신들과 주민들은 신명 나는 한바탕 굿을 마무리하며 나라의 태평성대와 시화연풍을 기원했다.
하지만 마을굿은 '미신타파'라는 이름 아래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져갔다. 특히 서울의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수백 년간 전승되던 마을굿은 점점 쇠퇴해 갔다. 그럼에도 이런 마을굿이 나름의 전통성을 지키면서 서울에 아직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금성당은 2008년 대한민국 국가민속문화재 제258호로 지정됐으며 전국의 많은 굿당이 사라진 현재, 굿당의 모습을 고스란히 볼 수 있어 매우 중요한 건축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구파발 금성당은 금성대왕을 모시는 신당이다. 고려 충렬왕 4년 때 금성산 산신을 정령공으로 봉하고 금성산 정상에 상실사를 비롯해 중턱에 중실사, 산기슭에 하실사와 국제와 그리소 성안에 이조당 등 총 5개 사당을 세웠다. 고려 왕실에서는 금성대왕 신앙을 본격화하면서 매년 제관과 제물, 제문을 내려 나라의 태평성대와 국태민안을 빌었다.
고려의 전통이 조선으로 이어지고 한강 유역으로까지 전파돼 서울 경기지역에서도 금성대왕신앙이 널려 전개되었다. 서울 마을굿의 유형과 계통에 따르면, 한강변을 중심으로 바닷가 문화가 정착되었는데 이는 나주 금성의 해양세력이 기틀을 잡은 이후 조선 말기까지 뱃사람들과 해상물류유통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향유되었다. 부군당굿을 통해 그 정체성과 문화를 구현해 나갔는데 그 중심에 금성당이 있다. 조선왕실에서는 진관동의 구파발, 망원동의 노들, 월계동의 각심절 이 세 곳에 금성대왕을 모시는 금성당을 건립하는데 후원하였다. 1970년대 전개된 새마을운동과 산업화 물결 속에서 망원동과 월계동의 금성당은 자취를 감추고 현재는 구파발 금성당만이 남게 되었다. 금성대왕으로부터 군호를 받은 세종대왕 여섯째 아들 금성대군 또한 금성당의 신으로 봉안되었다. 금성대군은 세종대왕의 자녀들 중 유일하게 단종 복위 운동을 추진하다 32세의 나이에 사사되었다. 금성대군이 복권되어 그에게 제사를 지내게 된 때는 영조 때에 이르러서고 정조 때는 국가적 추승 대상자로 여겨지게 되면서 금성대군 신격화가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금성당제는 금성당제보존회 양종승 회장을 비롯한 8명의 제관과 강민정 금성당제보존회 부회장 등 18명의 만신, 최형근 피리 등 4명의 악사와 김용표 무대감독 등의 스텝으로 참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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