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 일기] 애도 하는 마음으로 읽은 공선옥의 소설 '선재의 노래'
"남의 집 초상집에 가서 서럽게 울어주면 어때요. 그런 쓸데없는 짓을 좀 해보자고요. 그것을 막 부추기는 것이 소설이기도 해요. 눈물이 흔해지는 사회였으면 좋겠어요. 힘없는 사람이 더 이상 뺏기지 않는 세상은 그렇게 울어주는 사람들이 만들어줘야 돼요. 뺏은 적도 없고 뺏겨보지도 않은 젊은 사람들이 해야지. 그들이 어느 쪽으로 더 방향을 트느냐에 따라서 우리 세상이 어디로 갈 것인가가 정해질 것 같아요."
이웃에 사는 친구 상필이도 할머니와 사는 조손가정의 소년이다. 상필이 할머니는 선재에게 돼지고기를 많이 넣은 호박찌개를 끓여준다. 허리가 반으로 접힌 국자할머니는 선재의 밥을 챙기고 선재 할머니 영정 사진 앞에 음식을 놓아준다. 산골짜기에서 염소를 키우는 염소할아버지는 비닐봉지에 담긴 찰밥을 선재 집 마루에 놓아준다. 아마도 일주일에 세 번 오는 요양보호사가 해놓고 간 밥을 챙겨 온 것이리라. 지금은 선재가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사는 거시 가랑잎이나 한 가지여. 바람 한번 건듯 불면 또르르르 굴러가 부러. 이쪽에서 저쪽으로 굴러가 분당게. 잡도 못 허게 또르르르, 가 부러." 같은 말."암만해도 제 생각에는 산다는 것은 나비나 잠자리처럼 꽃에서 잠시 쉬다가 다시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으네요." 같은 이야기. "아무도 없는데도 할머니는 팔을 휘저었다. 할머니 몸에서 산국화 냄새가 났다. 산국화 냄새나는 팔을 휘젓던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 편, 오, 달, 막, 내 할머니."
상필이 할머니도, 국자 할머니도 그리고 염소 할아버지, 선생님, 이장 모두가 선재에게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줄 것이다. 세상 떠난 오달막 할머니 대신 선재의 눈물을 닦아줄 것이다. 그러므로 독자인 나는 슬픔과 동시에 약간의 안도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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