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작품을 통해 고전의 힘을 깨달았다. 그리고 영화에서도 군주와 장군의 중요성을 되새겼다.
이번 학기에 셰익스피어 를 강의하고 있다. 어려운 것은 질색인 풍조에서 몇백 년 전의 쉽지 않은 영어로 쓴 셰익스피어 작품을 가르치는 것은 만만치 않다. 하지만 학생의 평가와는 별개로 강의자로서 고전의 힘을 실감한다. 고전의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작품에 관해 막연히 가진 인상과 실제 작품을 꼼꼼히 읽어본 실감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예컨대 셰익스피어 비극 중 최고작품이라고 판단하는 은 통상 못된 딸들에게 버림받은 왕의 비극적 운명을 다룬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셰익스피어 보다 약 백 년 정도 앞서 활동했던 마키아벨리의 사상에 근거해 아버지와 딸의 사적인 관계가 아니라 공적인 왕의 역할,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관계는 무엇인가라는 시각에서 작품을 읽어보면 무능하고 한심스러운 리어왕의 면모가 새롭게 부각된다. 그리고 무능한 왕 혹은 지도자 는 의 결말이 보여주듯이 한 국가의 쇠락을 초래한다.
이런 지도력의 문제가 단지 왕권 국가에서만 적용되는 일은 아니다. 오래전 읽은 책의 한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인류는 수많은 정치 체제를 시험해 왔지만, 단 한 번도 지도자가 없는 정치 시스템은 가져본 적이 없다는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대의민주제와 선거제에 입각한 현대 대중민주주의라고 예외는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지도자가 대중의 순간적 판단에 따라 권력을 잡고 대중의 삶을 위협하는 일이 빈번해진다. 묻게 된다. 민주주의에서 주권자인 시민과 권력을 위임받은 행정, 입법, 사법부 대표자는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민주주의에서 바람직한 지도자상(리더십)은 무엇인가? 영화 과 를 보면서도 묻게 되는 질문이다. 나는 두 영화를 볼까 말까 주저했다. 관람평이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영화 모두 위의 질문에 대해 던져준 생각거리를 살펴보고 싶다. 한심한 군주의 운명 첫째, 군주 혹은 지도자의 자질에 대해. 은 임진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를 배경으로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노비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를 따르는 고위 무관과 의병 혹은 반란군으로 맞서는 서사를 뼈대로 한다. 두 인물의 형상화나 그들이 맺는 관계는 상투적이고 납작하다. 하지만 조선 역사상 최악의 군주 중 한 명인(다른 두 명은 인조와 고종이라고 생각한다) 선조(차승원)의 형상화는 눈에 띈다. 실제 역사와 영화 속 선조의 모습이 다르다고 비판하는 건 초점을 벗어난 것이다. 군주가 신하와 백성을 어떻게 대하는가? 그 점만 보면 된다. 에서 그래도 좋게 본 것은 선조라는 한심한 군주와 그런 왕을 정점으로 하는 국가를 지키려는 의병의 대립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타락한 내부 권력이 침공한 외적인 일본군(왜군)보다 더 문제라는 걸 영화는 뾰족하게 드러낸다. 임진란을 다룬 기존 영화에서는 주목하지 않은 점이다. 선조는 백성이 경복궁을 불태우는 걸 보면서'누가, 왜?'라고 묻는다. 나라는 엉망인데 도성을 버리고 도망가는 길에 받은 밥상이 부실하다고 탓한다. 전쟁 뒤에는 불탄 경복궁을 600칸이 아닌 6000칸으로 짓자고 우긴다. 그런 군주는 에도 나온다. 실제 역사에서 로마 제국을 몰락의 길로 이끌었던 형제 황제였던 카라칼라(프레드 헤킨저)와 게타(조셉 퀸)는 영화의 초반부에서 누미디아(현재의 알제리와 튀니지를 포함하는 북아프리카 지역)를 정복하고 돌아온 아카시우스 장군(페드로 파스칼)에게 영토 확장을 위한 새로운 전쟁의 지휘를 명령한다. 아카시우스는 더 이상의 전쟁은 로마에 도움이 안 된다고 반대한다. 동생 게타를 죽이고 단독 황제가 되어 원숭이를 제1 집정관으로 임명하는 카라칼라에게 권력은 쟁취해야 하는 것일 뿐이다. 그에게 로마 제국의 미래를 책임질 안목은 없다. 둘째, 군주와 장군. 졸렬한 수준의 군주는 누가 충신이고 간신인지를 분별하지 못한다. 그들은 자신보다 뛰어난 신하나 장군을 용납하지 않는다. 많은 인기를 얻는 이순신 장군을 다룬 영화 . , 등이 보여주듯이 저급한 수준의 왕은 자신보다 더 뛰어난 인물이 부상하는 걸 원치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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