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를 둔 워킹맘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산다는 것
통장에 오랜만에 일곱자리 숫자가 찍혔다. 월급이 들어왔다. 고2 아들, 중3, 초3 딸에게 '옜다, 용돈'이라는 문구와 함께 용돈을 보냈다. 이럴 땐 빛의 속도로 답장이 온다. '엄마 사랑해요. 하트 뿅뿅'. 일 할 맛 난다. 나머지 돈은 쓰임이 정해져 있기에 통장 속의 돈은 그저 숫자에 불과해 보인다. 그중에 내가 점심을 사먹는 대신 나를 위해 쓰기로 한 16만 원을 제외하고는.
그래, 뮤지컬 티켓을 사자! 검색을 해보니 내가 원한다고 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미 1, 2차 티켓 판매가 오픈된 시점이었고 박효신이 나오는 회차는 전석 매진이었다. 다행인 건 아직 3차 티켓 판매가 남았고, 불행인 건 내가 그리 손이 빠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냥 포기할 수는 없지. 피켓팅 전쟁에 뛰어들어 보자!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광화문 거리를 걸어 세종문화회관에 들어갔다. 세종문화회관 안에 들어와 본 건 처음이었다. 너무 넓고 높아서, 2층에서는 무대가 아득했다. 게다가 내 앞에 키가 큰 남자분이 앉아 무대 중앙을 떡하니 가리고 있었다. 1부 85분의 시간 동안 집중이 잘 되지 않았고 지루하게 느껴졌다.'내가 간절히 원했던 순간인데 왜 이렇지? 난 지금 장애물에 신경쓰면서 이 순간을 망치고 있어. 지금 효신님이 나를 위해 노래하고 있다고!'
이 뮤지컬을 보고 나서 생각났다. 내가 뮤지컬을 좋아했었다는 게. 고등학교때 학교 단체 관람으로 뮤지컬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남경주 배우가 돈키호테로 출연하는 였다. 난 그때 뮤지컬의 매력에 빠졌고, 결혼하기 전까지 몇 편의 뮤지컬을 보러 다녔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는 뮤지컬을 취미로 즐기기에는 티켓 가격이 너무나 비싸 마음을 아예 접고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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