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영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 개봉영화 을 보았습니다. '메인스트림'이라 불리는 상업영화판에 진출하지 않고, 본인만의 작가적 비전을 위주로 장편영화를 10년째 작업하는 감독은 국내에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개 단편영화에서 창의력과 재기발랄함을 뽐내며 인정받은 다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그리고 또...
박석영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 개봉영화 을 보았습니다. '메인스트림'이라 불리는 상업영화판에 진출하지 않고, 본인만의 작가적 비전을 위주로 장편영화를 10년째 작업하는 감독은 국내에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개 단편영화에서 창의력과 재기발랄함을 뽐내며 인정받은 다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상업영화판에서 자리를 잡는 게 일반적인 패턴인데, 박석영 감독은 딱히 그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그 수다스러운 상황을 겪고 나니 라파엘라수녀는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불을 끄고 늦은 잠을 청합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어두워지는 화면에 새겨지는 한 줄기 빛처럼, 영화의 제목이 등장합니다. , 이 영화의 제목입니다. 여기까지 30분쯤 걸렸습니다.계절이 바뀐 듯합니다. 냉기가 느껴지던 풍경이 어느새 매미 소리가 진동하는 때로 변했습니다. 예선은 고등학생이 됐고, 학교는 다르지만 다희와도 여전히 어울려 다닙니다. 서우와 동석도 곧잘 함께 합니다. 라파엘라수녀는 출퇴근하듯 예선의 집을 방문합니다. 아이들은 수녀들과 함께 소풍을 다닐 정도로 편한 사이가 됩니다.
예선은 새별을 돌보면서 부쩍 웃음이 많아지고 들떠 있습니다. 스텔라수녀의 배려로 라파엘라수녀가 거의 붙박이로 집에 들러주기에 텅 빈 집에는 오랜만에 웃음소리와 사람 냄새가 피어납니다. 라파엘라수녀, 예선, 새별은 이색적인 '성가정'의 풍경을 자아냅니다. 보는 이들도 흐뭇해집니다.하지만 이 '성가정'은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알 수 없지만, 관객은 이미 그 태생적 균열을 간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간절한 마음으로 저 행복한 풍경이 조금이라도 더 이어지기를 소망할지도 모릅니다. '새별'이 처음 홀로 남겨진 곳도 예배당이었고, 새별을 맡게 된 예선과 모의를 마친 다희가 작전 수행을 위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스텔라수녀도 스스로 풀기 힘든 난제에 처했을 때 찾습니다. 하지만 그저 건물만으론 온전히 해야 할 몫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건물도, 제도도 온전히 풀지 못하는 여백은 결국 사람의 선의가 채워야만 합니다.영화 내내 예선을 괴롭히는 건 돈이나 물적 지원이 아니라 평범한 또래는 당연한 듯 누리는 일상과 가족의 보이지 않는 울타리입니다. 언뜻 그저 근사한 제주 해변의 여름날 풍광을 돋보이게 하려는 효과처럼 흘러가는 서우와 동석의 근심이라곤 엿보이지 않는 경쾌한 잡담과 보드 놀이는 예선에겐 다가설 수 없는 '카프카의 성' 같은 대상일 뿐입니다. 스텔라수녀와 라파엘라수녀 역시 각자의 사연을 품고 수도자가 됐을 것입니다.
그래서 둘은 묘하게 결정적 순간마다 엇갈립니다. '애증'에 가까운 관계입니다. 그 나이 또래라면 누구나 경험해 봤을 그런 자석의 양극 같은 사연을 품고 둘은 붙었다가 떨어졌다 하기를 거듭합니다.우여곡절 끝에 그들만의 '성가정'은 붕괴할 운명입니다. 세상의 질서가 이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좌절을 겪고도 어떻게든 살아가야 합니다. 당장 빚더미에 올라앉았다거나, 혹은 차라리 죽는 게 나아 보일 극단적 악조건에 처한 건 아니지만, 어린 예선과 그를 온전하게 보호하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라파엘라수녀까지 모두 길을 잃고 주저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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