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민 |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입추가 지났음에도 35도를 웃도는 낮 기온과 밤새 이어지는 열대야는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됐다. 이러한 극단적인 더위 속에서 에어컨은 단순한 가전제품을 넘어 현대인의 삶의 질을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열대야의 영향 등으로 전력 수요가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인 가운데 지난 7일 서울의 한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들이 작동하고 있다. 연합뉴스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입추가 지났음에도 35도를 웃도는 낮 기온과 밤새 이어지는 열대야는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됐다. 이러한 극단적인 더위 속에서 에어컨은 단순한 가전제품을 넘어 현대인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120년 전, 미국 코넬대학의 젊은 전기공학도 윌리스 캐리어가 개발한 에어컨은 20세기 최대의 혁신으로 일컬어지며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기후위기 시대의 폭염을 견뎌내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이 발명품이 기후위기를 더욱 가속하는 부조리한 결과를 낳고 있다.
에어컨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악영향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막대한 전력 소비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에어컨으로 쓴 전기소비량이 건물부문 총 전기소비량의 약 16%를 차지했다.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 꼴찌 수준인 우리나라에선 에어컨을 쓰면 쓸수록 더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해야만 하고, 이는 곧 탄소중립과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됨을 의미한다.둘째는 냉매 문제다. 현재 가장 일반적인 냉매인 수소불화탄소는 이산화탄소보다 수천 배 강한 온실효과를 낸다. 노후 에어컨에서 새어 나오는 냉매가 지구 온도를 직접적으로 높이고 있지만, 그 정확한 양은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세계경제포럼은 2050년까지 지구촌 에어컨 보급 대수가 45억대에 이르러 금세기 말 지구 온도를 0.5도 더 상승시킬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파리기후협정에서 정한 탄소 예산의 20~40%를 차지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에어컨의 무분별한 사용은 기후위기 시대의 불평등과 갈등을 더욱 심화시킨다. 서울시 기준 가구당 에어컨 보유 대수는 0.97대지만, 저소득 가구는 0.18대에 불과하다. 시원한 실내에서 더위를 피하는 이들과 열기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 사이의 간극이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가장 시급한 것은 에너지 효율이 높고 친환경 냉매를 사용하는 에어컨의 개발과 보급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고효율 제품만 시장에 유통되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기업과 학계는 기술 혁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쇼핑몰, 백화점과 같이 에어컨을 많이 쓰는 대형 시설들의 에너지 전환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에너지 절감 실적에 따른 세제 혜택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기업의 참여를 끌어내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 하다. 이러한 대형 시설의 에너지 전환은 개인의 노력을 훨씬 뛰어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폭염과 온실가스 문제는 지금 당장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현실이다. 시원한 실내에서의 안락함과 지속 가능한 미래 사이에서 우리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우리의 지혜와 노력으로 에어컨이 더 이상 기후위기의 주범이 아닌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도구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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