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소희가 죽었는지’를 파헤치는 영화가 아니다. 수많은 소희들이 벼랑 끝에 설 때까지 ‘당신들은 뭘 하고 있었는지’를 우리에게 묻고 있는 영화다. 📝 김세윤 칼럼니스트
“넌 꿈이 뭐야?/ 계속 그렇게 고개 숙일 거야?/ 넌 꿈이 뭐야?/ 네 자신에게 물어봐, 꿈이 뭐야?” 우리에겐 들리지 않는 노래가 소희의 이어폰에서 계속 묻고 있었다. 꿈이 뭐냐고. 대답 대신 소희는 춤을 추었다. 댄서가 되는 게 꿈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춤을 좋아하는 아이라는 건 표정으로 알 수 있었다. 밖에는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또래 다른 아이들이 수능시험을 본 날이었다. “드디어 우리도 대기업에 보낸다 이거야.” 며칠 뒤 ‘현장실습 서약서’를 내미는 선생님 표정엔 자부심이 가득했다. “운영은 대기업 본사에서 직접 하는 거나 다름없는” 콜센터 출근을 앞두고 소희도 들떠 있었다. “이제 나도 사무직 여직원이다아~.” 새로 산 정장을 입고 나타나 친구에게 자랑하는 소희였다. 3개월 뒤 여전히 겨울, 추리닝 차림으로 산길을 오르는 소희. 저수지 끝 벼랑에 멈춰 선다. 때마침 눈이 내린다.
슬리퍼 한 짝이 없는 채로 누워 있는 소희의 얼굴을 형사 유진이 내려다보는 영화의 중반부가 실은 진짜 오프닝이다. 그때까지 방청석에 앉아 있던 관객들이 증인석으로 불려나오는 순간이다. ‘왜 소희가 죽었는지’를 파헤치는 영화가 아닌 것이다. 수많은 소희들이 벼랑 끝에 설 때까지 ‘당신들은 뭘 하고 있었는지’를 우리에게 묻고 있는 영화다. 다 아는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다. 뉴스에서 봤다고, ‘그알’에서도 다루었다고, 극장에서까지 그 얘기를 또 봐야 하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다. 미안하지만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소희의 지도교사가 그랬듯이. 나는 몰랐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이렇게까지 숨막히는 환경일 줄 몰랐다고, 진작 알았으면 뭐라도 했을 거라고 항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당신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소희의 부모님이 그랬듯이. ‘다 알면서 모른 척하는’ 어른들과 ‘모르면서 다 아는 척하는’ 어른들의 혐의는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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