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도행 배에서 매점을 운영해 온 게 30여 년, 아주머니의 어머니는 백령도 가는 배에서 40년 쯤 매점을 했다고. 이 나무를 ‘인조의 은행나무’라고 부른다. 앞서던 최 박사가 '여기는 사람이 잘 안 오는 곳인데, 풍도대극과 복수초가 의외로 많아요'라고 말했다. - 진우석의 와일드 코리아,아웃도어,풍도 여행,야생화 여행,풍도바람꽃,변산바람꽃,풍도대극,복수초
어느덧 풍도를 다섯 번째 찾는다. 이번 여정에는 야생화 전문가가 함께했다. 풍도를 30년째 드나들었다는 생태학자 최한수 박사를 길잡이 삼아 따라갔다. 예전에는 화려한 꽃만 보였다면, 이번에는 마을과 사람들까지 눈에 들어왔다. 낡고 빛바랜 마을은 애잔하고, 꽃들은 여전히 경이로웠다.“올 때 과자 좀 가져오세요. 할머니들 드리게. 거긴 가게가 없어요. 고기는 내가 사 갈게요.”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에서 풍도행 서해누리호에 올랐다. 객실에 들어서니 매점 아주머니가 최 박사를 반긴다. 최 박사는 아주머니의 이력을 살짝 귀띔해 준다. 풍도행 배에서 매점을 운영해 온 게 30여 년, 아주머니의 어머니는 백령도 가는 배에서 40년 쯤 매점을 했다고. 피는 못 속이는지, 아주머니 딸은 항공사 스튜어디스란다. 역마살이 대대로 내려오는 게 신기하다.
배가 인천 영흥도와 선재도 사이에 놓인 영흥대교 아래를 지났다. 풍도는 안산의 대부도, 인천의 승봉도, 충남 서산 삼길포항의 중간쯤에 자리한다. 행정구역은 안산시 단원구에 속한다. 풍도는 면적 1.84㎢, 해안선 길이가 약 5㎞인 작은 섬이다. 이름은 고로쇠나무가 많아 풍도라고 불렸다.풍도는 수산자원이 넉넉하지 않다. 섬 주변에 갯벌이 없는 까닭이다. 주민들은 해마다 겨울 몇 달 동안 인근 섬으로 이주해 수산물을 채취하며 살았다고 한다. 풍도의 풍요로움은 뜻밖의 장소에서 발견됐다. 후망산 일대를 화려하게 수놓는 야생화가 그것이다. 풍도는 야생화 자생지가 넓고 개체 수가 워낙 많다. 게다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도바람꽃과 풍도대극을 만날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풍도 선착장에 내리니 아직 한겨울 풍경이다. 과연 야생화가 피었을까? 커다란 배낭을 백패커는 붉배 쪽으로, 우리는 민박집 풍도랜드로 향했다.점심으로 맛난 꽃게탕 백반을 먹은 뒤 길을 나섰다.
야생화 정원에서 고개를 넘으면 붉배가 나오지만, 둘레길을 빙 둘러 가기로 했다. 풍도랜드 위쪽에 둘레길 입구가 있다. 둘레길로 접어들어 최 박사를 따라 해안으로 내려서니 뜻밖에도 몽돌해변이 나타났다. 풍도에 이런 해변이 있는 줄 몰랐다. 잠시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며 몽돌의 노래에 귀 기울였다.다시 길을 나섰다. 둘레길은 풍도 동쪽과 남쪽 해안을 휘돈다. 앞서던 최 박사가 “여기는 사람이 잘 안 오는 곳인데, 풍도대극과 복수초가 의외로 많아요”라고 말했다. 낙엽 사이로 붉은 꽃대가 총총 머리를 내민 게 보였다. 붉은대극과 같은 속인 풍도대극이다. 꽃봉오리가 열리면서 붉은색은 사라지고 연둣빛으로 바뀐다.붉배에 도착하니 저물녘이다. 붉은 바위가 첩첩 쌓인 이곳은 풍도 최고의 절경을 뽐낸다. 붉은 바위와 검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에 지는 해가 뉘엿뉘엿 떨어졌다. 누가 서 있어도 그림이 완성된다.
풍도랜드에 돌아와 삼겹살 파티를 열었다. 노릇노릇 고기를 구워 마을 아주머니들이 캔 ‘전호’를 얹으니 봄 밥상이 완성됐다. 알싸한 전호 향기가 입 안 가득 봄의 풍미를 전해준다. 풍도랜드 안주인 유연희 씨의 고향은 충남 병천이다. 약 35년 전에 들어와 풍도 방문객을 재우고 먹였다. 음식 솜씨가 좋아 꽃 핑계로 밥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 제법 많단다.이튿날, 섬을 떠나기 전에 다시 야생화 정원을 찾았다. 어제보다 훨씬 많은 풍도바람꽃이 파르라니 바람에 떨고 있다. 3월 중순이면 풍도바람꽃, 꿩의바람꽃, 복수초, 노루귀 등으로 울긋불긋 꽃 대궐을 이룰 것이다. 그 모습을 상상하니 흐뭇하다.풍도 가는 배는 하루 한 번 뜬다. 오전 9시 30분 인천항여객터미널을 출발하는 카페리 '서해누리호'가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을 찍고 섬으로 간다. 풍도에서는 배가 12시 30분에 나온다. 야생화를 제대로 보려면 섬에서 묵어야 한다. 3월 야생화철에는 서산 삼길포항에서 당일치기 배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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