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쓰마와리, 경찰의 위신, 그리고 민주주의의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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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쓰마와리, 경찰의 위신, 그리고 민주주의의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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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서는 작은 경험을 통해 경찰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기대 그리고 민주주의의 균열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벌써 4년이 흘렀지만 어쩌다 서대문역 근처에 가면 나는 2021년 2월 겨울로 되돌아간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이다. 옷가지를 파고드는 칼바람에 두 볼이 얼얼하고 발끝이 시려온다. 형사들의 싸늘한 시선과 냉랭한 말투는 바깥 공기보다 더 차갑게 느껴진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방구석 백수'에 불과했던 내가 수습기자라는 '미명'하에 서대문경찰서 문턱을 넘나들던 시절이다. 짧지만 강렬했던 '사쓰마와리의 추억'이다. 사쓰마와리란 기삿거리를 찾기 위해 경찰서를 도는 행위를 가리키는 일본 말이다. 갓 대학생 딱지를 뗀 언론사 초년병들이 기자가 되기 위해 거치는 일종의 '혹한기 훈련'이다.그 기저에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체득한, '도시 영웅'이 지니는 권위에 대한 인식이 작용하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잘못하면 경찰 아저씨가 잡아간다'고 일찌감치 배우니 말이다. 이 경찰의 위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민주 국가라면 철저히 지켜져 왔다. 전 세계 '자유민주체제 수호자'를 자처하는 미국에선 범죄자가 아닌 일반 시민조차 경찰을 마주치면 두려움을 느낄 정도다.

2024년 12월 3일, 이날은 대다수 국민이 두고두고 기억할 겨울날로 남았다. 난데없는 비상계엄령 소식에 모두가 TV나 스마트폰을 지켜보며 잠을 못 이뤘던 밤이다. 무장 군인들이 군용 헬기를 타고 국회 경내에 진입하는 장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난입해 전산 시스템을 살펴보던 모습, 여야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라는 명령을 들었다는 증언까지…. 하나하나 참으로 생경하고 참담한 풍경이다.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폭도들은 방패막이를 빼앗아 경찰을 향해 내리치는가 하면, 경찰에게 주먹을 날리고 소화기를 난사했다. 이 과정에서 유리에 맞아 피를 철철 흘린 경찰관도 있었다. 그날 맞은 이들은 경찰이었지만 공포감은 화면을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엄습했다. 이성을 잃은 시위대의 갖은 폭력에도 일선 경찰들은 애써 말로 타이르는 일 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런데 경찰의 수난은 그날 밤 '특이한 에피소드'가 아니다. 경찰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3년 공무집행방해 사범으로 검거된 인원은 총 1만759명. 2021년, 2022년에 이어 증가세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불구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흔히 경찰을 두고 '민중의 지팡이'라는 표현을 쓴다. 여기엔 일반 대중이 평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버팀목으로서 경찰을 향한 사회적 기대가 담겨 있다. 하지만 경찰에게 반복되는 폭력은 동시에 그들이 위기의 순간 시민들의 생명과 자산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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