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방 노인처럼 퇴장할 것인가, 한국 미래를 또 바꿀 것인가. 58년 개띠 15명을 만났습니다.\r58년 개띠 노인
개띠, 그중 1958년생의 2023년 운세 중 일부다. ‘개띠, 그중 58년생’ 대신 우리는 ‘58년 개띠’로 부른다. 58년생도 자신을 기꺼이 그렇게 내세운다. 자부심이다. 국어사전에도 없는 ‘58년 개띠’는 사회적 명사로 굳어졌다. 이들의 단단한 결속력이 빚은 결과다. 아니면 사회적 명사화 과정에 끈끈한 동지애로 묶였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3대 결속 단체라는 해병대 전우회, 호남향우회, 고려대 교우회 못지않다. 58년 개띠인 이정현 전 새누리당 의원은 “결속력과 동질감이 참 남다르다”며 “동갑내기끼리 모두가 처음 봐도 친구라고 부른다”고 밝힌 바 있다.
베이비붐은 콩나물교실을 불렀고, 2부제, 심지어 3부제 등교를 만들었다. 허삼복씨는 “오전반에서 오후반으로 바뀐 뒤, 형들과 아침에 학교 가는 길에 놀다가 오후 등교 시간을 잊고 결석한 날도 많았다”고 기억했다. 신대식씨는 1978년 입대했고, 경북 포항에서 해병대로 근무했다. 부마항쟁 진압군으로 부산 수영비행장에 있었다. 그는 진압 과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5·18 광주항쟁이 벌어졌을 때는 전혀 몰랐다는 신씨는 “뒤늦게 휴가를 얻어 집에 돌아와 어머니가 전해준 소식을 듣고 보니 내가 5·18 때 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도 후회된다”고 말했다. 한상인씨는 “광주항쟁 직후 제대 특명이 안 떨어져서 보름이나 군 생활을 더 했다”고 밝혔다. 변기태씨는 “당시 대학생이 데모 현장에 안 나가면 이상할 정도”라며 “그런데 입대 후 내가 데모를 막는 데 차출돼 참 아이러니”라고 했다.30대. 87년 6월 민주화항쟁 넥타이 부대의 중심에는 58년 개띠들이 있었다. 58년 개띠 서홍관 시인은 ‘아빠는 안녕하다’로 당시를 전한다.
그런데 왜 ‘~순이’로 불렀을까. 정찬일은 『삼순이-시대가 만들고 역사가 잊은 이름』에 ‘작명자들은 순한 여자가 되기를 바랐다.… 도시와 공장에는 ‘순이’들이 넘쳐났다. 어느덧 ‘순이’는 어린 직업여성의 대명사가 됐다’고 적고 있다. 버스안내양은 17~19세가 가장 많았다. 1973년 3만 명을 찍고 급격히 줄더니 1989년 사라졌다. ‘오라이’를 외치던 김영숙씨 같은 58년 개띠 여성들이 버스안내양이란 직업의 막차를 탔다. 버스에서 내린 ‘차순이’들은 ‘공순이’가 됐다. 변기태씨는 외환위기 1년 전 투자신탁회사에서 나와 분양 사업을 했다. 외환위기 때 가장 타격받은 분야 중 하나다. 악수였고 패착이었다. 변씨는 “그때 진 빚을 25년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 갚고 있다”고 밝혔다. 김문희씨는 “돈이 날아다녔다고 할 정도로 잘 됐다”던 학습지 교사 일을 접어야 했다. 가정마다 지갑을 닫았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다니던 임모씨는 “회사만 믿고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 40세부터 은퇴 준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한모씨는 “외환위기 직전에 외국계 회사로 옮겨 큰 탈은 없었지만, 이전 직장 부서 동료들은 모두 실직했고 아직 회복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밝혔다. 58년 개띠의 최대 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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