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맞고 팔려 가고... 고려 주전자의 기구한 사연 고려_은제_금도금_주전자 은제_주전자 고려의_금속공예 고려_은제_주전자 해외소재_문화재 임영열 기자
서기 1122년 4월. 고려 제16대 왕 예종이 향년 44세로 승하했다. 중국 송나라 황제 휘종은 재위 중에 친송정책을 펼쳤던 예종을 조문하고 새로 즉위한 예종의 맏아들 인종에게 교서를 전하고자 이듬해 6월 200여 명에 이르는 대규모 사절단을 고려에 파견했다.
서긍은 청자문화가 꽃을 피운 당대 개경의 모습을 보고"고려인의 집은 꿩이 나는 듯이 화려하고 용마루를 붉고 푸른빛이 나는 청기와로 장식했다"라고 감탄했다. 비색의 청자는 말할 것도 없고 고려의 '나전칠기'를 두고서는 '세밀가귀'라 상찬 했다."세밀함이 뛰어나 가히 귀하다 할 수 있다"라는 뜻이다. 송나라 사신 서긍이 봤던 고려의 나전칠기는 세밀함의 극치였다.오늘날 우리나라의 영문 표기 '코리아'는 '고려인이 사는 나라' 또는 '고려인의 땅'이라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고려는 지금도 우리가 늘 마주하고 있는 가까운 나라라 할 수 있다. 가깝고도 때로는 먼 나라 고려 문화·예술의 핵심은 송나라 서긍이 봤던 것처럼 '세밀함'과 '섬세함', 거기에 '정교함'이 가미된 '화려함'이 아닐까 싶다.
봉황에는 긴 첨자를 달아 연꽃 뚜껑에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음각으로 새긴 문양에는 금을 입혔다. 번쩍이는 금색과 은색이 휘황찬란하게 서로 교차한다. 만일 송나라 사신 서긍이 이주전자를 보았다면 '세밀가귀'라는 말보다 더한 말을 했을 성싶다.12세기 고려 금속공예를 대표하는 이 주전자는 높이가 34.3cm로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사이즈다. 대통 모양의 몸통과 연꽃 모양의 뚜껑 그리고 맨 윗 부부분의 봉황 등 세 부분으로 구성 됐다. 각 부분별로 분리가 가능하도록 실용적이고 정교하게 만들었다. 또한 주전자를 담아 놓기 위한 용도로 만든 받침대가 따로 있어 주전자와 승반이 한 세트를 이루고 있다.승반의 몸체는 주전자의 몸통처럼 대나무 조각이 에워싸고 있으며 윗부분은 연꽃 문양을 물결치게 만들어 우아함을 더했다. 대나무 조각의 몸통에는 눈을 크게 뜨고 봐야만 보이는 수많은 무늬들이 새겨져 있다.
해외에 소재하고 있는 대부분의 한국 문화재는 구한말을 거쳐 일제 강점기 때 유출된 것들이다. 이 주전자의 사연도 일제 강점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때는 1935년이다. 일본 최대의 고미술상인 야마나카 상회 뉴욕지점에서 동양 미술품 경매시장이 열린다. 조심스럽게 흙을 걷어내고 보존처리를 진행하던 과정에서 평범하게 생각했던 청동 주전자가 휘황찬란한 황금빛으로 바뀌는 순간 미술관 관계자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얇은 은판을 안에서 밖으로 두들겨 입체 문양을 새기는 '타출문' 기법으로 세밀하게 연꽃과 봉황을 새겼고 그 위에 금을 입혀 화려하고 정교하게 완성한 금속공예 기술의 극치를 눈앞에서 보았기 때문이다.보존처리를 끝낸 보스턴 미술관은 1982년에 한·미 수교 100주년 기념으로 미술관에 '한국실'을 마련하였고 고려 은제 주전자를 비롯하여 다른 한국 유물들과 함께 전시했다. 우리 땅에서 우리 손으로 만들었지만 일제 강점기 시절 망국의 한을 품은 채 도굴꾼의 손을 거쳐 미국으로 팔려간 고려 은제 주전자는 몇 번의 고향 나들이를 한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루이비통 본뜬 소금 한 알 크기 핸드백 8400만원에 팔려‘소금 한 알 크기보다 작고 바늘구멍도 통과할 수 있는’ 초소형 핸드백이 최근 경매에서 8400만원에 팔려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구입한 사람에겐 핸드백을 자세히 볼 수 있는 현미경도 제공된다고 하네요. 👜🧂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OK!제보] 건강한 사람 폐인 됐는데…변명 급급한 대형병원 | 연합뉴스(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건강한 60대 여성이 비교적 간단한 시술을 받은 후 심정지에 패혈증을 겪으며 생사의 고비를 맞고 있으나 병원 ...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Pick] 인형 탈 쓴 中 직원, 아이들 위협하고도 칭찬받은 사연중국에서 인형 탈을 쓴 쇼핑몰 직원이 아이들을 위협한 일을 둘러싸고 현지 누리꾼들의 지지와 응원이 이어졌습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24일 저장성의 한 쇼핑몰에서 3명의 아이가 북극곰 인형 탈 차림으로 손님들을 응대하는 직원을 때리고 발로 차는 영상이 중국 내 SNS에 공유됐습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동생이 오빠 지갑 훔쳤지만 절도죄 아닌 이유동생이 오빠 지갑 훔쳤지만 절도죄 아닌 이유 친족상도례 절도 가족 용인시민신문 조수아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유배의 섬’ 흑산도는 흥한 교역지였다…고려 절터 구덩이 팠더니전남 목포에서 서쪽으로 뱃길 따라 2시간이면 가는 서해의 큰 섬 흑산도. 역사 속 흑산도는 신라인과 고려인의 시대부터 동아시아 한·중·일 교역에서 지극히 중요한 위상과 의미를 지녔던 교역 거점이었고 이를 입증하는 숱한 흔적들이 확인되고 있는 중입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난생 처음이었다, 이렇게 뜨거운 친목여행…1박2일 '댕댕버스' | 중앙일보올여름 반려견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바캉스 여행법을 총정리했습니다.\r여름 바캉스 반려견 펫키지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