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잃고 알게 된 세상] 어두운 내 마음을 밝혀주는 작은 등불, 나만의 글쓰기
한때는 글재주가 좋다는 건 빼어난 문장력을 갖춘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도 뭔가 써보겠다고 나서고 보니 글재주는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었다. 글감을 잘 선택하는 것도 재주고, 그저 그런 글감을 요리조리 다듬어서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재주이며, 누구나 할 수 있는 밋밋한 이야기를 정말 흥미진진하게 바꾸어 놓는 것도 재주였다.그럼, 글재주가 없으면 글을 쓸 수 없는 걸까? 무슨 그런 소릴...말재주가 없으면 말도 못 하나? 글을 쓰는 건 자유고 권리다. 그리고 일단 글을 써 봐야 글재주가 있는지 없는지도 아는 거다.볼 수 있었을 때 나는 글쓰기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책도 그다지 많이 읽지 않았다. 그런데 볼 수 없게 되면서 오히려 책을 더 많이 들었다. 한때는 일 년에 200권이 넘는 책을 듣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어 그냥 계속 쓰고 또 썼다. 그렇게 글을 쓰다 보니 내 마음이 열렸다.
나는 지금까지 네 번 공모전에 참가했다. 그리고 단 한 번도 답을 받지 못했다. 처음에는 담담하게 수긍했고, 웃을 수도 있었다. 그러다가 조금씩 마음이 상했다. 당선작도 그다지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시기와 질투의 시간이구나. 계속 써, 그러면 이 시간도 지나가."술 한 잔과 함께 던진 친구의 이 한마디 때문인지 술맛이 그렇게 쓸 수가 없었다.컴퓨터를 켜고 '글동네 내동네'라는 폴더를 열었다. 그동안 내가 쓴 글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파일 제목을 하나씩 듣고 있자니 불현듯 화가 났다. 글재주도 없는데 괜히 설친 내가 한심했다. 잠에서 깨자마자 나는 실수를 깨달았다. 서둘러 꿈속 장면이 써진 곳을 찾았다. 밤길인 데다가 빈민촌을 지나가는 경화의 얼굴과 옷이 너무 눈에 띄었다. 나는 경화의 얼굴에 검댕을 칠하고, 흰 무명 저고리에도 얼룩을 남겼다.
봉순이가 하늘을 우러르며 죽던 날,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아내가 정신병원 입원을 고민할 정도로 펑펑 울었다. 그날 밤, 봉순이가 꿈에 나왔다. 내가 다시 그려낸 그녀의 마지막 모습처럼 일본군을 쓰러뜨린 총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밤새 내 소설을 다시 듣는 동안, 나는 글을 쓰면서 내 눈앞의 어둠을 헤쳐 나가던 그때로 돌아갔다. 내게 글쓰기는 즐거움이었고, 기쁨이었고 놀이였다. 나는 깨어 있을 때도, 꿈을 꿀 때도 내가 만든 세상에서 나를 만나고, 내가 만든 인물들과 떠들고 함께 달리고 싸우고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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