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군만두와 튀긴 만두는 서로 다른 종류였다. 기호에 따라 고를 수 있는 군만두는 별도로 철판에서 구워야 했으나, 튀긴 만두는 언제든 끓고 있는 기름 솥에 던져 넣으면 됐다.
식당의 풍경, 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수많은 그림이 생각난다. 나는 그 풍경 중에서 어정쩡한 시간대 한 장면을 인상 깊게 기억한다. 오후 서너 시, 손님이 오는 둥 마는 둥 하는 무렵, 탁자에 앉아 무언가를 다듬는 식당 여인들의 모습이다. 그네들은 막 밥 한 상을 받아먹은 나 같은 뜨내기손님은 안중에도 없이 즐겁게 떠든다. 세상 사는 이야기가 탁자에 놓은 나물거리만큼 풍성하다. 쉴 때도 일하는 식당의 여인들. 중국집에서도 그런 풍경이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과거형이다. 이제는 대부분 그 애매한 시간에 만두를 빚지 않는다. 중국집은 만두의 생산지가 아니라 소비지다. 한때는 생산과 소비를 다 이루었던 식당들이, 압축된 소비시장의 최종 목적지가 되어버렸다. 만두를 빚지 않는 중국집, 국수를 밀지 않는 칼국숫집, 닭을 손질하지 않는 치킨집…. 효율과 그놈의 인건비와 월세와…. 모여 앉아 만두를 빚던 손들은 다 어디 갔을까.
비싸게 받을 수도 없지만 일일이 한 개씩 빚어야 탄생하는 괴로운 야끼만두. 끝내 ‘야끼’ 하지 않고 튀기기 시작해버린 비운의 야끼만두. 지금 우리가 먹는 군만두는 실은 굽지 않고 튀긴 것이다. 튀겼으되, 아직도 이름은 야끼만두인 이상한 중국집의 사정. 원래는 군만두와 튀긴 만두는 서로 다른 종류였다. 기호에 따라 고를 수 있는 군만두는 별도로 철판에서 구워야 했으나, 튀긴 만두는 언제든 끓고 있는 기름 솥에 던져 넣으면 됐다. 섬세한 불 조절을 할 필요도 없이 특유의 그 색깔이 나오면 다 익었다는 신호를 보내는 튀긴 만두가 군만두의 자리를 빼앗아버렸으리라. 한때 외식 시장에서 일등이었던 중국집의 몰락은 아마도 이 시기와 대략 일치하는 것 같다. 내게는 옛 시절의 군만두를 찾아 먹으러 다닐 의욕까지는 없다. 튀긴 만두도 얼마나 맛있는데. 까슬까슬한 모래를 뿌린 것처럼 바삭한 만두 껍질을 씹으면서 이과두주나 맥주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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