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숨은영웅] 유해감식 이끄는 피란민 손녀…'무명용사들, 더늦기전 가족품에'
조부모 1950년 흥남철수 때 내려와…"한국전 프로젝트, 이 일 하게 된 것 운명 같아" 임미나 특파원="머나먼 타국의 전장에서 죽음을 맞이한 순간, 그분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그 생각을 할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진 박사는 2010년 DPAA의 전신인 합동전쟁포로·실종자 확인사령부에 합류해 한국전쟁에서 숨진 미군들의 유해를 감식하고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을 이끌어왔다.'K208' 프로젝트로 시작해 최근 거의 마무리된 'K55' 프로젝트까지 13년간 한국전 유해 감식 작업으로 모두 524명의 미군 전사자가 진 박사의 손을 거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프로젝트명의 숫자는 북한이 미국에 보낸 유해 상자 수를, K는 '코리아'를 뜻한다.
서울대에서 고고미술사를 전공하고 한국고등교육재단의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그는 스탠퍼드대에서 인류학 석사학위를,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 세계 발굴 현장을 누비며 사람과 동물 뼈를 연구했지만, 전사자 유해 감식을 업으로 삼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그는 할아버지에게 전화해 그때가 언제였는지 물었고, 1950년 12월의 정확한 날짜와 배 이름까지 들을 수 있었다. 스무살에 군 징집을 피해 북에서 남으로 내려온 그의 조부는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서울에 정착했다."어디에 있는지도 몰랐을 먼 나라에 가서 목숨을 잃고 집에도 못 간 무명의 미군 유해가 내 앞에 있고, 우리 할아버지는 거기서 살아남아 지금 내가 여기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니 신기하더라고요. 저는 운명 같은 걸 믿는 사람이라, 이 일을 내가 하게 된 것이 운명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죠."지난 5년간 진행된 K55 프로젝트는 감식 결과, 모두 250명의 유해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88명이 미군으로 신원이 확인됐고, 나머지 유해 중 80명은 한국군으로 추정돼 한국에 송환됐다."한미동맹이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싸우고 같이 전사했고, 어느 쪽 유해만 가져오는 게 아니라, 같이 가져오는 거죠.
"미군이 아들의 실종 사실을 통보했을 때 그 엄마가 어떻게 하면 아들의 유해를 찾을 수 있을까 하고 편지를 보낸 거였어요. 엄마의 그 편지 덕에 결국 아들을 찾게 됐고, 아들의 유해가 돌아가신 엄마 옆에 묻히게 됐죠. 그 사례가 굉장히 감동적이더라고요. 그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싶어서요. 저도 아이가 있어서 그런 걸 보면 막 감정이 북받쳐서 울곤 해요.""DMZ는 그동안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쟁 당시의 상태가 고스란히 남아있었어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처럼 고지를 두고 서로 탈환하려고 올라가다가 총에 맞는 그런 장면이 그대로 보이는 것 같았어요. 막상 가서 그 실상을 보니 '나였다면, 내 가족이라면 얼마나 비극일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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