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미의 마음 읽기] 알맞은 옥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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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미의 마음 읽기] 알맞은 옥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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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맛과 향이 몸에 새겨져 있는 나에게 지금 동네 매대의 옥수수들은 아쉬움을 줄 수밖에 없는 맛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불시에 시간 여행을 시키는 마들렌 효과를 내는 맛이 아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작업실 책상에 놓고 먹을 수 있기도 하다. 독자들이나 소설가 지망생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나는 종종 세상을 향해 모든 감각을 열어놓아야만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하지만, 막상 내 감각을 낱낱이 깨울 무언가가 작업실 밖 매대에 대기 중이라고 하면 나는 그 앞을 피해 다닐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7월 말이라 여름이 한참 남아서인지 가로판매대 옥수수 가게도 깔세 매장의 옥수수 가게도 성황 중이다.

여름이 되면서 동네에 찐 옥수수 를 파는 곳이 많아졌다. 작업실에서 내려다보이는 길가 가로판매대 에선 지난달부터 ‘정선 찰 옥수수 ’를 팔기 시작했고, 뒤편 상가 건물에 있는 깔세 매장의 품목도 얼마 전부터 ‘당일 새벽에 수확한 옥수수 ’로 바뀌었다. 날이 선선해지면 언제 그 매대들이 철수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여름이 가기 전에 하루하루 부지런히 옥수수 를 사 먹기로 했다.

어떤 감각은 의식적으로 차단해야만 자신이 원하는 걸 보전할 수 있다. 글을 쓰는 중에는 특히 그렇다. 지금 내게 필요하지 않은 감정을 불러올 수 있는 음악은 듣지 않는 게 좋고, 내 고요와 집중을 방해할 마들렌들은 굳이 맛볼 필요가 없다. 성인이 되어서 먹은 어떤 옥수수도 내가 어려서 먹던 옥수수 맛과 같지 않았지만, 언젠가 한 번 가장 유사한 맛을 내는 옥수수를 먹어본 적이 있다. 지금은 사찰명이 기억나지 않는 한 절의 법당에서였다. 좌복 위에 앉아 있는데 기도를 마치고 나가던 한 보살님이 내게 옥수수를 하나 건네주었다. 알갱이가 군데군데 짓무른 채 비닐랩에 쌓여 있는 옥수수였는데 생긴 모양만 봐도 맛있는 옥수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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