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그 어머니는 마르셀의 외할머니(즉 자신의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죽은 이의 살아생전 언어 습관을 체현해 그녀가 쓰던 말투, 문투, 부드러움을 자기 것처럼 퍼뜨린다. 이처럼 타인의 언어를 빌려오는 것, 세 층위의 시대를 아울러 자기 문장의 리듬을 갖추고 언어를 타인이 아니라 자신을 비추는 거울로 여기는 것은 후세대의 마음을 미리 쓰다듬어주는 행위다. 타인을 자기 몸처럼 받아들이는 일, 그와 나의 경계를 없애면서 새로운 언어와 몸의 운율을 만들어내는 일은 과거를 끌어와 현재화할 수 있는 가장 가능성 있는 세계일지도 모른다.
내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아주 부드럽다. 우선 연배가 높은 어른들의 목소리는 달콤해 상대와 내 전화기 사이에 꿀벌이 날아다니는 것만 같다. 근래 나는 한 달 정도 지치고 힘들었는데, 그때 이 어른들의 눈을 마주하자 저절로 눈가에 물이 맺혔다. 눈물은 아무 앞에서나 흐르지 않는다. 그가 먼저 눈길로 나를 어루만져야만 그제야 안전하다고 느껴 무방비 상태가 된다. 이분들은 만나면 손부터 잡는데, 점점 얇아지는 피부 가죽 아래에는 감정이 흘러넘치고 있다. 직선으로 내달리는 말은 상대에게서 튕겨져 나오므로 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과 같은데, 이분들의 빙 둘러가는 말 속에는 행여 낱말이 마음을 왜곡할까 봐 조심하는 성정이 어른거린다. 부드러움 은 천성일까, 아니면 세월이 주는 걸까? 만약 세월이라면 고운 그것은 말과 몸속으로 스며들었을 것이다. 어느 여름날 다섯 명이 모였다. 눅눅한 날씨에 꺼내놓은 과자는 습기를 잔뜩 머금었다. “어머나 눅눅한 과자도 맛있다.
우리 사무실에도 부드러움이 공기를 타고 흘러다닌다. 화기애애함은 별칭을 불러주는 데서 생긴다. 한 직원의 자리는 소음이 나는 프린터 옆이다. 다들 그 직원이 몹시 신경 쓰인다. 내 자리가 저곳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보다는 출력할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더 크다. 그래서 우리는 언젠가부터 그 직원을 ‘프린터 요정’이라 부르면서 사과 인사를 미리 전하곤 했다. 내가 만나는 출판인들은 좋지 않은 일들이 겹쳐서 일어나는 흉흉한 시절이면 “그래도 우리가 모일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며 서로 격려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나날들을 공유하면서 나중에 기억이 쉽게 마음속에서 돌아다닐 수 있도록 말을 매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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