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몇몇 지인과 만나 각자 마음속 ‘올해의 책’이 무엇인지 이야기했는데,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거론됐을 때는 나도 읽은 책이라 안심됐던 마음이 『밝은 밤』『지구 끝의 온실』『완전한 행복』이 발설되자 바람 앞의 등불처럼 약해져 불안으로 일렁거렸다. (이럴 때는 오히려 불안을 주제화한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책』 같은 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샛길은 현대에도 많지만 고대와 중세에도 숱하게 있고, 묵은 길이어서 땅이 더 단단한 느낌이다.
불안은 인류의 속성이다. 공자는 “발전하지 못하고 퇴보하거나 타락하면 더 이상 군자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군자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적 없는 소인들도 가만있으면 지루하고 퇴보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니 뭔가를 해야겠는데, 내게 이런 불안감 은 독서의 가장 좋은 동력이 된다.
떠올려보면 나는, 우리는 불안이 쌓아 올린 탑이다. 불안하면 전화 걸어 친구를 만나는 사람도 있지만, 내향형 인간이자 불안의 근원점을 찾아 해소해보려는 탐색자들은 주로 질문을 하고, 책을 읽는다. 책 안에 답이 있을까. 직접적인 대답은 잘 보이지 않지만 길을 더 멀리, 복잡하게 낼수록 사안을 단순하게 보지 않게 할 샛길을 많이 만들 수 있다. 불안의 좋은 점은 무엇일까. 첫째, 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치열해지고 행동의 동력이 된다. 둘째, 그 답을 찾다 보니 곁길에서 의외의 것들을 수확한다. 셋째, 불안이 탐색전으로 이어질 때 자아의 형질이 조금씩 변형된다. 넷째, 독서할 때 작중인물 이야기를 살아 있는 사람의 삶인 양 전해 받음으로써 그가 내 육체를 빌려 연장되도록 만든다는 느낌이 삶의 명분을 엿가락처럼 계속 늘려준다.
불안 작중인물 이야기 페르난두 페소아 연극 관람자 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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