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며느리가 남자라니”···16년째 통용되는 슬로건이 드러내는 한국사회의 막힌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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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며느리가 남자라니”···16년째 통용되는 슬로건이 드러내는 한국사회의 막힌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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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가 남자라니!” 이 구호는 유서가 깊다. 2007년 최초로 차별금지법이 발의될 때 “며느리가 남자라니!”라고 개탄하는 구호가 처음 등장했다.

수신지 작가의 의 한 장면. 남성 가족 구성원과 여성 가족 구성원이 따로 밥을 먹는 모습.이 구호는 유서가 깊다. 2007년 최초로 차별금지법이 발의될 때 “며느리가 남자라니!”라고 개탄하는 구호가 처음 등장했다. 2010년 김수현 작가가 쓴 드라마 에서 게이 커플이 등장하면서 한 일간지 1면엔 “며느리가 남자라니 동성애가 웬말이냐!”라는 광고가 실렸다. 지난해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단식농성이 벌어지고 있을 때에도 이 구호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이번엔 ‘여자 사위’가 추가됐다. “남자가 며느리? 여자가 사위?”라는 팻말이 등장한 것이다.

“며느리가 남자라니!”로 돌아가보자. 저자는 왜 하필 ‘며느리’가 ‘동성애 반대’의 이유로 등장했는지를 살핀다. 한자로 며느리를 뜻하는 부는 손에 빗자루를 들고 집 안을 청소하는 여자를 형상화한 글자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발간하는 은 ‘며느리’의 도리에 대해 세세하게 늘어놓는다. “시부모에게 효도해야 하고 집안을 화목하게 이끌어야 한다…밤낮으로 부지런히 바느질·길쌈·누에치기·음식 마련에 힘을 써야 하고, 일상의 살림살이에 근검·절약해야 한다.” 하지만 며느리는 여전히 성차별적이며 억압적인 가족제도를 표상한다. 수신지 작가의 , 선호빈 감독의 다큐멘터리 가 만들어지고 인기를 끈 이유를 생각해보자. ‘며느리’는 출산, 가사노동, 효를 행해야 하는 전통적 여성의 성역할을 수행하며, 이 자리에 ‘남자’가 들어서는 건 전통적 성역할과 부계중심 사회에 큰 혼란을 초래한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비혼 출산에 대해 서얼, 사생아, 혼외출생자로 이어지는 낙인을 찍어 차별해왔다. 남성이 재산을 거의 차지하던 시절, 결혼이란 경계는 “어느 자녀가 상속인이 되어 재산상속의 법적 자격을 가질지 결정하는 효율적 수단”이었다. 남성에게 결혼 밖 출생 자녀에 대한 의무를 지우지 않음으로써 남성은 결혼 밖 성적 자유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호주제 폐지로 혼외출생자를 구분해 차별하는 것은 없어졌다. 하지만 출생과 함께 모자관계가 성립되고 양육의 권리와 의무가 시작되는 어머니와 달리 아버지는 혼외출생자를 법적으로 ‘인지’해야만 부모로서의 권리와 의무가 생긴다.

비혼가족이 많아지고 동성결혼이 합법화되면 어떨까. 합계출산율은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나라에서 오히려 더 높다. 현재 34개 국가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2001년 가장 먼저 동성결혼을 인정한 네덜란드의 경우 2021년 기준 합계출산율이 1.62명이며, 1999년부터 비혼커플을 위한 대안적 결합제도인 연대계약을 도입하고 2013년부터 동성결혼을 인정한 프랑스는 1.80명이다. 이들 나라에선 혼외출생률도 높다. 저자는 출산의 본질은 법적 결혼이 아니라 ‘자녀와의 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비정상 가족에서 사람이 태어났을 때, 가족질서를 지키기 위해 일탈자를 탓할 것인가, 평등을 위해 가족제도의 변화를 요구할 것인가.”

저자는 해외입양 정책이 가부장제 질서를 건드리지 않고, 사회보장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 입양을 통한 외화수익도 얻을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이었다고 말한다. 해외입양은 경제성장기에도 계속돼 한국은 주로 ‘미혼모’의 자녀를 해외로 입양 보냈다. 얼마 전 해외입양인 300여명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조사를 신청했다. 혼혈아동 해외입양이 ‘인종청소’에 해당하는 ‘반인륜범죄’였으며 경제성장기 해외입양 또한 부모가 있는 아동을 ‘고아’라고 서류를 조작해 인권침해를 자행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진실화해위는 34명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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