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맥주 한병 팔았다'…서울대생 아지트 '녹두호프'의 몰락 [창간기획, 자영업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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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맥주 한병 팔았다'…서울대생 아지트 '녹두호프'의 몰락 [창간기획, 자영업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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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대학동, 일명 녹두거리에 터 잡은 지 27년. 시댁 친척 몇몇이 살고 있던 관악구 삼성동에 터를 잡은 그는 이듬해 녹두호프와 인연을 맺었다. 심야영업 제한이 풀리고 서울대 인근 이곳저곳이 개발되면서 녹두거리 독점 체제는 종막을 고했다. - 서울대생,녹두호프,자영업 리포트,자영업,생계 위기,창간기획

2024 자영업 리포트 녹두호프 점주 김례숙씨가 지난 19일 유일한 영업의 흔적이었던 맥주병을 치우고 있다. 2만원의 하루 매상이 처량했지만, 말벗 하나 없이 공치는 날에 비하면 차라리 ‘운수 좋은 날’이었다. 그렇게 이땅의 자영업은 쇠락하고 있었다.

김씨는 농사꾼이었다. 1955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그는 대부분의 또래 여성들처럼 배움이 길지 못했다. 고교를 작파한 뒤 섬으로 시집가 농부의 아내가 됐다. 논매고 밭 일구며 아들딸을 낳아 기르던 그는 가난과 농촌이 지긋지긋했다.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서울로 밀려든 지방민의 행렬에 그도 동참했다. 동류에 비해 늦은 상경이었다. 마흔을 넘긴 1996년 중학교 2학년이던 아들의 손을 붙잡고, 이고 진 채 서울행 기차에 올랐다. 남편과 고교생이던 딸은 고향에 남겨둔 채였다. 시댁 친척 몇몇이 살고 있던 관악구 삼성동에 터를 잡은 그는 이듬해 녹두호프와 인연을 맺었다. 녹두거리도, 녹두호프도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그는 직원으로 채용됐다. 이른바 ‘운동권 호프’로 입지를 굳힌 가게라 선배가 후배를 데려오고 그 후배가 또다시 후배를 데려오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 있었다.

월급 100만원을 받으면서 5년간 일한 김씨는 그 거리와 가게의 전성기를 똑똑히 지켜봤다. 2002년 주인이 장사를 접으려 하자 2000만원의 권리금을 내고 잽싸게 가게를 인수한 이유다. 그가 인수한 뒤에도 한동안 녹두호프는 위상을 유지했고, 손님은 계속 밀려왔다. 현재 그의 매출액은 월 300만~4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주류 매입비, 식재료비, 세금 및 공과금, 대출금 이자에 허리 치료를 위해 한 달에 두 번 맞는 주사 및 약값 등을 제하면 그의 손에 남는 건 잘해야 수십만원이다. 임대료는 낼 수도 없다. 2000만원의 보증금은 이미 임대료 대신 깎여서 사라진 상태다. 국세청에서 1년에 한 번 주는 165만원의 근로장려금, 자녀들이 가끔 주는 용돈으로 겨우 임대료 펑크를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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