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사에서 고전역학에서 양자역학으로 넘어가던 전환기, 정치·경제적으로 1930년대 대공황을 겪으며 파시즘에 대항할 이데올로기로 공산주의에 대한 향수에 젖었던 격동기, 그 시대를 산 비범한 과학자가 제2차 세계대전의 신무기 개발 주역으로 이룩한 성취, 이후 세상의 파멸에 대한 공포 때문에 냉전시대 마녀사냥에 희생된 비극의 역정은 인간성의 이중성과 과학기술문명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냉전시대 핵무기 경쟁까지 다룬 리처드 로즈의 『원자폭탄 만들기』(1988년 퓰리처상), 맨해튼 프로젝트 이후 미국이 과학으로 세계 강국이 되는 정치·사회적 배경까지 그린 데이비드 캐시디의 『J. 전쟁의 조기 종식을 위한 애국심으로 원자탄 개발을 지휘했으되 수소폭탄 개발과 핵확산을 반대했던 오피, 그가 두려워했던 것은 ‘의도치 않게’ 대량살상무기 개발 경쟁이 세상을 파멸시키는 연쇄반응, 핵 홀로코스트였다.
세계적 오펜하이머 신드롬에다 1980년대부터 과학사 강의를 했던 터라 간만에 영화관을 찾았다. 흑백과 천연색의 비선형적 스토리 전개에서 휙휙 바뀌는 화면을 따라잡느라 3시간 내내 긴장했다.
개발 과정은 고전과 갈등의 연속이었다. 과학기술계는 자율성을 중시하고, 군은 보안 위주의 관료주의를 고수했다. 기업의 경영진과 기술진, 과학자와 엔지니어 간의 긴장도 증폭됐다. 불확실성과 혼돈의 현장을 통합으로 이끈 ‘진정한 지도자’가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였다. 프로젝트의 총책 레슬리 그로브스 장군은 자신이 가장 잘한 결정이 오피를 과학 총괄의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장으로 발탁한 것이라 했다. 1944년 연합군이 독일 원자탄 개발이 초보 단계임을 확인하게 되자, 과학계의 핵무기 반대 움직임이 가시화한다. 그때 로스앨러모스를 떠난 과학자는 영국의 조셉 로트블랫경 한 명이었다. 닐스 보어는 원자탄 개발 이후의 세계의 분열상을 경고하며 원자력의 국제적 관리를 주장했다. 1939년 아인슈타인을 찾아가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신에 서명을 받았던 시카고 그룹의 레오 실라르드도 원자탄 투하 반대에 나섰다. 그러나 투하 결정은 군부와 트루먼 대통령의 몫이었다.
2022년 12월 제니퍼 그랜홀름 미 에너지부 장관은 “오펜하이머에 대한 편견과 불공정의 증거가 밝혀졌고, 그의 애국심을 확인해 스파이 혐의를 철회한다”고 했다. 핵무기 과학사학자 알렉스 웰러스타인은 이제 와서 정부가 스스로 과실을 인정하는 게 놀랍다고 했다. 이전에 출간된 책들도 다시 화제다. 냉전시대 핵무기 경쟁까지 다룬 리처드 로즈의 『원자폭탄 만들기』, 맨해튼 프로젝트 이후 미국이 과학으로 세계 강국이 되는 정치·사회적 배경까지 그린 데이비드 캐시디의 『J. R. 오펜하이머와 미국의 세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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