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엔 필름카메라로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찍고, 퇴근 후 목욕탕에 들른 뒤 단골 선술집에서 한잔하고, 헌책방에서 산 소설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머리가 깨질 듯 아픈 그에게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비친다. 그의 삶을 바꿔 놓은 기적의 빛은 ‘코모레비’(木漏れ日,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라 불린다. - 정현목의 시선,코모레비,출근길 지하철역,감사 표현,퍼펙트 데이즈,히라야마,빔 벤더스
중년 남성은 이웃집 노파의 비질 소리에 눈뜨자마자 이불을 개고, 화분에 물을 준다. 세수와 함께 콧수염을 다듬고,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뽑은 뒤 출근길 차 안에서 카세트테이프로 올드 팝을 듣는다. 점심시간엔 필름카메라로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찍고, 퇴근 후 목욕탕에 들른 뒤 단골 선술집에서 한잔하고, 헌책방에서 산 소설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아날로그적 교감도 그를 행복하게 만든다. 그에겐 스마트폰이 없다. 인화된 사진들 속에서 맘에 드는 사진을 고를 때, 아름다운 찰나를 포착한 기쁨이 손끝으로 전해진다. 손때 묻은 카세트테이프가 재생하는 건 노래 만이 아니다. 소중한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가 음반가게로 착각하는 스포티파이 같은 음원 플랫폼에선 불가능한 일이다.유복한 여동생의 등장, 아버지와의 갈등을 암시하는 대사 등에서 그의 과거를 유추할 순 있지만, 영화는 전혀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빔 벤더스 감독은 인터뷰에서 그의 과거를 설명했다. 영화를 보고서 수년 전 출근길 지하철역에서 만난 중년 남성이 떠올랐다. 전철을 기다리던 그는 창밖의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두 손을 맞잡고 “감사합니다”를 여러 번 읊조렸다. 귀중한 하루를 선물 받은 것에 대한 감사 표현 같았다. 출근길 내내 그에게 어떤 딱한 사연이 있을까 생각해봤다. 병마와 싸우는 환자일까, 실패를 딛고 일어선 사업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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