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혜의 마음 읽기] 루틴은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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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달리는 게 힘들지 않은 이유는 폐활량과 견고한 무릎을 타고난 이유도 있지만, 문을 열고 나서면 바로 공원이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쓰는 것’이라는 말을 수없이 듣지만 늘 읽기에 안주하고 있다. 이를테면 책 읽기라는 루틴으로 손에 들었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그다음에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으로 옮겨가게 했다. - 이은혜의 마음 읽기,마음 읽기,루틴,상승,루틴 만들기,글쓰기,천쉐

뭔가를 이루려면 루틴을 만들라는 조언들을 한다. 최근 내가 하루도 빠짐없이 하는 것은 달리기와 벽돌책 읽기다. 이외에도 매달 철학 공부하기, 매년 음악제 참석이나 친구들과의 여행이 있다. 이 중 뚜렷한 목표나 의지를 가지고 하는 일은 없다. 눈뜨면 달리고 있고, 퇴근해 집에 오면 책을 읽고 있다. 더욱이 가만 살펴보면 루틴을 만들어주는 것은 오히려 자원, 시스템, 주위 사람들의 권유와 배려다.우선 읽는 직업을 갖고 있는 나는 두꺼운 책을 보기 위해 따로 독서 근육을 키울 필요가 없고, 저자들을 좇아 읽으니 목록의 체계도 쉽게 갖춰진다. 매일 달리는 게 힘들지 않은 이유는 폐활량과 견고한 무릎을 타고난 이유도 있지만, 문을 열고 나서면 바로 공원이 있기 때문이다. 철학 공부와 여행은 우정이 자연스레 만들어주었다. 즉 주변을 둘러보면 누구든 일상을 탄탄히 해줄 자원이 얼마쯤은 있을 것이고, 자신이 그것을 받아들이느냐 여부에 따라 삶의 결도 달라진다.

30년 경력의 대만 소설가 천쉐는 오로지 글을 쓸 때만 자기 자신이 된다고 느꼈다. 문제는 그가 가족 부양이라는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부모의 투자 실패로 인한 채무 대납, 생활비 독촉, 애인의 경제적 의존까지 현실을 채우고 있는 불행의 서사 탓에 소설의 서사를 만들어낼 정신머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때 그는 필사적으로 루틴에 매달렸다. 옷 장사를 마치고 와 일주일에 2~3일은 2시간씩 글쓰기, 야시장 노점에서 끄적이기, 배송 트럭에서 작품 구상하기, 지방 배달 갈 때 잠자는 모텔에서 스토리를 이어가기. 이것은 특히 젊은 시절의 루틴이었다. 삶에서 단련된 근육이 글쓰기에서 성과를 내니 이를 밑천 삼아 작가로서 좀 더 건강하고 안전한 루틴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즉 40대가 되어서는 수영과 요가를 하고 건강식을 하며, 영감이 넘쳐도 정해진 분량만 쓰는 패턴으로 바뀐 것이다.

나 개인적으로 계속 실패하는 루틴은 ‘매일’ 글을 쓰는 것이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쓰는 것’이라는 말을 수없이 듣지만 늘 읽기에 안주하고 있다. 이번 작가만 다 읽으면 쓸 수 있을 거라는 미루기는 악순환을 불러오고, 쓰지 않는 자의 무능력만 마주하게 된다. 이를 위해 몇 개월 전부터 내가 내린 극약 처방은 보도자료 쓰기다. 주변의 많은 편집자가 인쇄소에 자료를 넘기고 책이 나올 때까지 비는 일주일 사이에 보도자료를 쓴다. 나는 무엇이라도 쓰자는 심정에 원고의 줄거리와 감상이 가장 생생할 때인 2교 과정에서 보도자료를 쓰기 시작했다. 소재와 주제가 정해져 있고 규격마저 융통성 없는 이런 안내문을 글쓰기라고 할 수 있을까 싶지만, 나를 다그치는 데 효과적이고, 자책과 자학의 느낌도 좀 가라앉는다. 어쩌면 강조와 재배치, 요약도 나름 쓰기라 할 수 있을지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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