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희 ‘제3작품집’ 「침묵의 뿌리」
쓰고 싶은 것이 없고, 쓸 수 있는 것도 없었던 더운 여름 어느 날, 친구에게서 조세희 작가의 제3작품집 「침묵의 뿌리」를 빌렸다. 나에게는 없는 책이고 서점에도 없었다. 지금은 다른 세상이라 말하듯, 1985년에 출간된 그 책은 절판되었다.
“내가 388호 별에서 만난 작가는 게을러 보였어. 그는 글을 쓰지 않았어. 그 별의 작가들은 오래전부터 열 개의 말을 써 왔어. 그런데 어떤 재난 때문이었는지 그 말이 줄어버렸던 거야. 내가 찾아갔을 때 그 별의 작가들이 쓸 수 있는 말은 다섯 개밖에 안 되었어.” 나는 잡지사에 줄 글에 ‘그늘이 없는 세계’라는 제목을 단 다음 철끈을 꺼내 묶었고, 왕자는 아주 쓸쓸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어린 왕자는 작가의 친구가 있는 감옥을 방문한다. 왕자는 높은 채광창에 앉아 “안녕” 한다. 그날 작가의 친구는 외롭고 슬퍼서 견딜 수가 없었다. “울지 마.” 어린 유령이 말했다. 작가의 두 아이는 꿈속에서 높은 담을 넘어 감옥에 있는 아빠의 친구를 찾아간다. “아저씨는 이 좁은 방에서 왜 울고 있었어?” 어린 유령이 감옥에 있는 작가의 친구에게 말한다. “외롭고 슬퍼서 울었어.” 감옥에 있는 친구가 말한다. 감옥에 있는 친구의 형은 큰 배가 실어온 석탄을 자동차에 옮겨 실어 주는 힘든 일을 한다. 친구의 형은 석탄 먼지를 뒤집어쓰고 옛날 흑인처럼 일한다. 친구의 형은 가슴에 푸른 멍이 들어 점점 쇠약해진다. 감옥에 있는 친구의 아버지도 아들이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갇힌 일 때문에 가슴 아파하다가 가슴에 푸른 멍이 들어 '돌아갔다'.
8월 13일, 에어컨 설치를 하던 스물일곱 살 노동자가 폭염에 쓰러져 방치되어 죽었고, 리튬 배터리 공장에서 불이 나 8명 부상, 23명이 숨졌고, 비숙련 노동자 불법 투입, 대피 경로의 총체적 부실 등으로 회사 대표가 구속되었다. 8월 7일, 대우건설 공사 현장에서 이동하는 굴착기에 부딪쳐 하청 노동자가 사망했고, 지난 6월, 경북 청도군 댐 공사 건설 현장에서 50대, 20대 두 하청 노동자가 잠수 작업 중 사망했고, 지난 3월, 경기도 의왕시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했고, 지난 2월 충북 음성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40대 하청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했고, 지난 7월 울산 남구 공사 현장에서, 인천 서구 공사 현장에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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