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사회] 입구에도 출구에도 내 ‘의지’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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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사회] 입구에도 출구에도 내 ‘의지’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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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은 198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각기 다른 시간에 다른 시설에서 살았던 6명을 만났다. 이들은 ‘시설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공통점은 처음부터 시설에 살고 싶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것. 모두 선택할 수 있다면 ‘시설 밖’의 삶을 살고 싶었다고 했다.

과거 서울 송파구의 한 장애인 시설에서 30여년 살다가 탈시설한 강동철씨가 지난달 16일 서울 강동구 장애여성공감 사무실이 있는 건물 복도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김창길 기자 [email protected]혼자 생활할 수 없는 장애인이 있다. 가정폭력으로 집을 나온 청소년이 있다. 어린 나이에 홀로 아이를 낳은 엄마가 있다. 그런데 이들은 ‘우리’ 곁에 없다. ‘우리’가 사는 ○○동 ○○빌라, ○○아파트 대신 장애인거주시설, 청소년쉼터, 한부모시설이라고 이름 지어진 곳에 있다. ‘우리’와 다른 ‘그들’은 옆집에 사는 이웃으로 만날 수 없다. 있지만 없는 존재다.

경향신문은 198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각기 다른 시간에 다른 시설에서 살았던 6명을 만났다. 이들은 때로는 뒤틀린 표정과 손짓으로, 반짝이는 눈으로, 끔찍한 한숨으로, 명료한 언어로, 자조 섞인 웃음으로 ‘시설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공통점은 처음부터 시설에 살고 싶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것. 모두 선택할 수 있다면 ‘시설 밖’의 삶을 살고 싶었다고 했다. 납치와 협박은 없어졌지만, 지금도 시설 생활은 ‘타인에 의한 입소’로 시작된다. 가정폭력과 학대에 시달렸던 17세의 윤서희씨가 “나를 이렇게 계속 때릴 거면 더 같이 못 산다”고 선언하자 부모가 제시한 ‘대안’은 시설행이었다.

시대가 바뀌고 물리적 폭력은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감시로 변모했다. 동철씨가 지냈던 장애인시설에선 밤에 몰래 방 밖을 나간 입소자 목록을 컴퓨터에 일지로 정리한 후 원장에게 보고했다. 서희씨가 있던 한 청소년쉼터에선 폐쇄회로TV가 없는 곳에서 옷을 갈아입지 못하게 했다.“반찬 맛도 없어요. 닭 핏줄이 튀어나오고… 그걸 먹어요. 반찬이 잘 안 익었어. 애들이 다 토하고 난리 났었어요. 못 먹어요, 아휴.” 동철씨에게 시설의 식사는 최악이었다. ‘의식주’의 질은 오롯이 시설의 재량이었다. 서희씨가 지냈던 청소년 단기 쉼터들은 대부분 먹을 게 모자랐다고 했다. 양껏 먹지 못하니 배고파 잠을 못 자는 사람도 많았다. 배달이나 외식은 당연히 금지됐다. 최대한 입소자들에게 잘해주려고 했다는 ‘좋은’ 쉼터도 식비가 부족해 주말마다 라면을 끓여줬다. 먹는 건 “무조건 선착순”이었다.

서희씨는 쉼터를 나와 자립하기 위해 찾은 자립지원관의 복지사에게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다”는 소리를 들었다. 서희씨의 ‘눈치’는 5년간의 시설 생활을 하면서 길러졌다. 한 쉼터에서는 다른 입소생과 싸움에 휘말리기만 해도 일주일 동안 퇴소해야 했다. “처음에 쉼터에 있을 때는 그냥 감사한 분이었다가 점점 잘 안 보이면 퇴소당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 보이려고 쉬는 것 없이 계속 긴장해 있었던 것 같아요.” 동운씨는 같은 방 ‘형들’에게 여러 번 성폭행을 당했지만 적극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화씨가 있었던 양지마을에선 폭력으로 입소자들이 진짜로 죽어 나갔다. 죽은 입소자는 인근의 ‘개미고개’라는 곳에 “얕게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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