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위협 느끼며 4통의 유언 쓰다 서민호 월파서민호평전 월파_서민호평전 김삼웅 기자
밤이 깊었을 무렵 한경록 경찰국장을 비롯한 몇 사람의 경찰간부들이 순천서 내에서 나에 대한 얘기를 주고 받으며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좌중에서 한이 육중한 음성으로"야쯔 도오도 가깠다나 사이간배이 아게요"라고 떠들어대는 소리가 내가 구속되어 있는 유치장에까지 들려왔다. 그리고 계속 무슨 말 끝에"이제 서민호는 매장되었다. 오늘 밤 12시면 넘어간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긴장했다. 이 자들이 오늘 밤 12시에 무슨 짓을 할 지 모른다. 시국은 전시이고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었다. 군인들이 백주에 마을 주민들을 집단 학살한 시대였다. 하지만 달리 생명을 부지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유언장을 썼다. 신익희 국회의장과 그동안 뜻을 같이해온 엄상섭 의원, 자식들과 아내에게 남기는 유언장이다. 아무래도 독재자가 파놓은 함정을 벗어날 길은 없을 것 같아 초조와 번뇌 속에서 다만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하여 그들과 끝까지 싸우지 못하고 억울하게 숨질 불초 의원은 간곡한 부탁을 드립니다.여러 동지들을 이끌고 이 땅에 민주의 꽃이 활짝 필 그날까지 투쟁해 주시리라 확신하면서 못다한 조국의 과업을 이룩하기 위하여 독재자의 총앞에 서민호의 몸 하나 쓰러졌다고 해서 민주정신마저 쓰러진 것은 아니라고 자부하겠습니다.도탄에 빠진 국민의 고통이 해결되고 독재자의 그림자가 이 땅에서 사라진 뒤 평화가 있을 그날까지 안녕을 빕니다.
이 아비가 이 나라의 민주수호를 위하여 잔악한 독재자와 투쟁하다 비명에 간다 하더라도 남아 있는 너희들은 나의 정치신념과 애국 애족했던 마음을 계속 받들어 최후까지 싸워주기 바란다. 다만 너희들에게 아비로서의 애정을 한껏 쏟아보지 못한 채 허구한 날 정치 활동에 몸담고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파란많은 수난의 생활로 너희들을 불안하게 했던 것이 미안할 뿐이다. 지금도 아비는 대의를 위하여 조금도 부끄러움 없이 값 있는 생을 살았다고 보람을 느낄 수 있다만, 내손으로 독재자의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한 채 그들에게 억울하게 당한 게 분하고 원통할 뿐이다. 부디 너희들은 아비의 원한을 통렬히 생각하여 독재와 싸우며 애국애족하고 정의감에 빛나는 내 자식들이기를 기원하면서 목메인 심정을 더 쓰지 못하고 필을 놓는다.오늘밤은 왜 이리 유치장의 실내 공기가 적막하고 스산한지 모르겠소. 밖에는 칠흑처럼 어둡고 봄에 뿌리는 밤비가 처량하기 그지 없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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