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푸틴에게 레드라인은 없다 SBS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색이 짙어진 러시아가 불리한 전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을 멈추지 않자, 많은 사람이 던지는 질문이다. 러시아의 상황을 정확히 분석해 올바른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하는 질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 질문은 처음부터 잘못됐다. “레드라인”이라는 말부터 정확한 이해를 방해하는 ‘나쁜 은유’다. 러시아를 상대하는 전략은 몇 마디 은유보다 훨씬 더 엄정한 분석을 바탕으로 짜야한다.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건 미국으로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고 명백히 경고했다. 시리아는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시리아 정부군은 이듬해 사린이라는 신경가스를 이용해 민간인 수백 명을 살해했다. 수많은 인권 단체가 이 문제를 보고했지만, 미국은 거의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탈레반이 탈환한 것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2001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 탈레반을 몰아낸 뒤 지난 20년간 수천억 달러를 들여가며 안간힘을 다해 지켜온 레드라인이 바로 탈레반의 부활과 카불 입성이다. 그러나 미국 외교정책의 우선순위가 달라지고, 비용 편익 분석의 기준이 바뀌자 절대로 인정할 수 없던 레드라인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레드라인을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때 나타나는 문제는 또 있다. 선을 넘었다가 적국을 자극해 갈등이 증폭되면 어쩌나 걱정하다 보면, 자연히 상대방 국가가 맞닥뜨릴 위험과 딜레마를 우리가 직면할 문제보다 우선시하는 주객전도 현상이 나타난다. 여기서 갈등의 증폭이란 이전에는 너무 위험해서 고려조차 하지 않던 길을 모두가 더 위험해지는데도 선택하는 상황을 뜻한다. 갈등의 증폭은 어디까지나 효과와 비용, 위험을 고려해 내리는 선택이지 상대방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곧바로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게 아니다. 다시 말해 갈등을 증폭시키는 선택을 할 때 당사자가 치러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걸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이 선택을 하지 못하게 유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레드라인이라는 개념은 물론 쓸모가 있다. 협상에 관한 연구에서 레드라인이라는 단어가 처음 쓰였는데, 여기서 레드라인은 한 나라가 받아들일 만한 협상의 최소 요건이다. 상대방이 이 조건도 받아주지 않는다면 미련 없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도 되는 기준이 레드라인인데, 이때 레드라인은 고정돼 있다. 레드라인이 고정돼 있다면, 상대방의 레드라인을 파악하는 건 협상에 아주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1922년 미국은 일본군의 암호를 해독해 일본의 레드라인을 훤히 꿰뚫고 있었고, 이는 워싱턴 해군협정을 미국에 유리하게 맺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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