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문란한’ 애도의 북소리를

최성용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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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태원 핼러윈의 밤은 다소 한산했다. 놀러 나온 사람보다 경찰과 공무원이 더 많은 듯했다. 위압적으로 좁은 거리를 좌우로 가른 폴리스라인은 놀러오지 말라고 경고하는 추방령처럼 보였다. 나는 사람들과 분장을 하고 그 거리를 돌며 사람들에게 보라색 리본을 나눠 주었다. 핼러윈을 즐기러 온 한산한 행렬은 리본을 건네받았다. 리본의 의미를 전달하는 데 ...

작년 이태원 핼러윈의 밤은 다소 한산했다. 놀러 나온 사람보다 경찰과 공무원이 더 많은 듯했다. 위압적으로 좁은 거리를 좌우로 가른 폴리스라인은 놀러오지 말라고 경고하는 추방령처럼 보였다. 나는 사람들과 분장을 하고 그 거리를 돌며 사람들에게 보라색 리본을 나눠 주었다. 핼러윈을 즐기러 온 한산한 행렬은 리본을 건네받았다. 리본의 의미를 전달하는 데 눈빛 외에 어떤 말도 필요하지 않았다. 1년 전을 기억하면서, 축제 지속으로 애도를 표하려는 마음들이 침묵으로 공명했다.

참사 이후 엄숙한 애도가 아닌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는 애도, 축제를 통한 애도를 해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하고 들었다. 올해 2주기 핼러윈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상징들이 턱없이 부족한 지금의 이태원 거리에서, 핼러윈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은 계속 참사를 기억할 수 있을까? 2주기는 축제에 애도를 도입할 방법을 과제로 남겼다. 그런 의미에서 언론도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다. 비록 참사 1주기에 ‘엄숙하고 조용한’ 태도를 취했지만, 2주기에 사람들이 돌아오자 언론들은 다시 이태원을 문란한 장소로 그리기 시작했다. 2주기 이태원 핼로윈에서의 애도의 행진을 언급한 조선일보는 북소리가 공공질서를 위협해 안전사고를 불러일으킬 뻔했던 것처럼 기록했다. “놀다가 죽었다”며 군중과 희생자에게 참사의 원인을 전가하는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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