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기의 뉴스 비틀기] 데뷔작 부터 톺아 읽기
쓰고 싶다는 마음만 가지고 쓰는 게 온당한 일인지 잘 모르겠다. 지난 10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로 나는 줄곧 도파민 분비 과다 상태였다. 말을 얹고 싶은데, 얹을 말이 없어 괜히 손가락이 허공을 헤맸다.
말을 얹고 싶어서 선택한 길은, 그의 책을 다시 읽는 것이다. 분명 전에 등을 읽었었는데 이상하게 글을 쓰려고 했더니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는 소설 쓰는 과정을 두고 '쓰다 말고 잠깐 골목을 걸을 때, 어항 밖으로 감고 있던 한 눈을 뜬 것처럼 아슴아슴 눈동자가 시릴 때가 있다' 라고 했는데, 그의 소설을 읽는 내 모습이 항상 그랬다. 고시원에 살며 첫 사회생활을 하던 때, 다시 취업 준비를 하던 시기 각박한 현실을 잊기 위해 폭식하듯이 읽었기 때문에 더욱 아득하게 내용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은 스스로와 타인의 고통을 예민하게 감각하고 감응하는 이들의 세계다. 세 모자는 아버지의 사후 언젠가는 제 자리로 돌아올 서로와 스스로를, 바다의 풍랑 속에서 조용히 녹슬어 가는 '붉은 닻' 마냥 기다리며 버틴다. 을 당선작으로 선정한 서기원 소설가와 김병익 문학평론가는 다음과 같은 평을 남겼다."은 매우 서정적인 작품이어서 육체적인 병과 마음의 병을 앓아 온 형과 동생과 그들 간의 미묘한 갈등, 사라진 남편 대신 그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안쓰러운 모습이 섬세한 문장 속에 깊이 박혀 잔잔한 긴장과 화해의 밝은 전망을 유발시킨다."개인적이어서 정치적인
는 '특별한 매력도, 특별한 단점도' 없어 보이던 젊은 여성 영혜가 돌연 채식을 선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정상성의 범주에서 급격히 멀어진 영혜에게는 남편의 방관과 강간, 아버지의 폭력, 형부의 관음, 정신과 의사의 폭력과 같은 응징이 가해진다. 그가 육식을 거부하는 이유는 '꿈' 때문이다. 꿈에서 유년 시절 자신을 문 개를 잔인하게 처벌해 먹어 치웠던 기억을 소환한 영혜는 내가 살기 위해 남을 먹어 치우는 육식의 논리를 거부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서 5‧18은 '현재 진행형 이슈'이기 때문이다. 2024년 현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5‧18 북한 개입설'에 대해"가능성은 있다"고 하는 나라에서. '역사 계승'을 명목으로 전두환의 사진이 보안사령부의 후신인 국군방첩사령부에 걸려 있는 나라에서, 2023년에서야 5‧18 당시 국가에 의한 성폭력이 인정된 나라에서 말이다.
는 역사를 왜곡하고 소년을 모독하는 현실에 적극 답하는 책이기도 하면서, 계엄군 가운데서도 잔인한 군인과 소극적인 군인, 동호처럼 끝내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던 상무관의 인간 면면에 대해 질문하는 책이다. 또한 지난 9월 44년 만에 열린 '5‧18 성폭력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쏟아진 증언들을 먼저 조명했던 책이기도 하다. 광주의 양장점에서 일을 하다 상무관에 합류했던 '선주'가 경찰에 연행돼 하혈이 멈추지 않는 고문을 당했으며, 이후 남자와 접촉하는 일을 견딜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은 한강의 손을 거쳐 한국과 전 세계의 독자들이 알게 된 이야기다."1980년 한국군이 자행한 학살 사건에서 살해된 인물, 역사의 희생자들에게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이 책은 이 사건을 잔혹한 현실화로 직면함으로써 증인문학의 장르에 접근한다."노벨상 수상 후 기자회견과 아버지가 열겠다던 '잔치'를 마다한 한강 작가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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