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칼럼] 장군의 길, 필부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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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칼럼] 장군의 길, 필부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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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치민 그 궁녀는 그 무뢰한을 잡으려고 그의 투구에 달린 금술(纓·영)을 떼어 왕에게 바치고 이 금술의 주인이 감히 전하의 궁녀를 희롱했으니 엄히 치죄해 달라고 고해 바쳤다. 왕은 시종들에게 불을 켜지 못하도록 지시하고 초대된 장수들은 모두 투구에 달린 금술을 떼어 왕에게 바치도록 했다. 영문을 모르는 장수들은 왕명대로 금술을 떼어 왕에게 바쳤고 불이 켜진 후에는 모든 장수들의 금술이 없어졌기 때문에 궁녀를 희롱한 장본인이 누구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역사는 늘 소용돌이치지만, 지금의 삶에는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국가의 명운이 달라질 만큼 시대가 격변할 때면 무인의 고민이 깊어진다. 이념이 바뀐 정부가 들어서면 20개의 별이 떨어지고 20명 정도의 사회지도급 인사가 자살하거나 의문사를 겪고 100명 정도가 형무소를 가는 데 형기의 합계는 200년 정도가 된다. 이런 격동의 세월에 누구인들 마음이 편할까만 국민은 장군들의 판단과 처신을 불안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내가 입대하고 보니 부사단장이 대학원 동기생이었다. 그는 공부가 늦고 나는 입대가 늦어 그런 만남이 이뤄졌다. 그러나 나는 언감생심 그를 찾아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제대했다. 그를 찾아갔더라면 길 위의 자갈이 건빵으로 착시를 일으킬 정도로 배고프고 천식 환자에게는 죽을 것만 같은 영하의 팬티 구보를 좀 면할 수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부사단장의 배경이 내무반장의 그것만 못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그를 찾아가는 것을 단념했다. 그런데 내 기억 속의 아름다운 추억들이 무너지는 것이 너무 괴롭다. 장군은 장군처럼 사라져야지, 필부처럼 사라질 수는 없다. 그리고 아무리 죽음이 두렵다 하더라도 나를 따르는 수많은 부하와 나를 믿고 묵묵히 일하는 국민을 생각하면, 내가 먼저 살길을 찾아 도망칠 수는 없다. 그러려면 사관학교를 가지 말고 대우 좋은 대기업을 찾아 일찌거니 마음을 결정했어야 한다.

여염집의 아녀자를 희롱한 것도 아니고 왕의 궁녀를 희롱했으니 절대 군주 치하에서 그 장수가 저지른 죄는 엄청난 것이었고 또 왕의 입장에서도 괘씸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금술을 받아 든 장왕은 역시 제왕다운 금도를 잃지 않았다. 왕은 시종들에게 불을 켜지 못하도록 지시하고 초대된 장수들은 모두 투구에 달린 금술을 떼어 왕에게 바치도록 했다. 영문을 모르는 장수들은 왕명대로 금술을 떼어 왕에게 바쳤고 불이 켜진 후에는 모든 장수들의 금술이 없어졌기 때문에 궁녀를 희롱한 장본인이 누구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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