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읽는 한국전쟁 - 휴전협상 ③] 포로
우리나라 남해안은 내 여행길을 끊임없이 잡아당기는 매혹이다. 거제도도 그 가운데 하나다. 계절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여행객의 감상이 육지와 섬과 갯가를 가득 채운다. 시인 이진우가 편지를 보내오던 저구마을이며 신선대의 출중한 절경이며 매물도 쪽으로 뻗은 바위섬까지, 잊을 수 없는 풍광들이다. 파도가 쓸어내리면 몽돌이 찰그락거리는 해수욕장과 달이 지나간 창밖으로 해가 뜨는 중턱의 마을까지.
포로는 아군에게는 적군에 대한 중요 정보원이자 대외적으로는 아군의 승리를 과시하는 중요한 전과물이다. 반대로 적군에게 잡힌 아군 포로는 전장의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구해오거나 아니면 훗날 현금다발을 안겨서라도 송환해 와야 한다. 아군 병사일 때보다 포로일 때 몸값이 높아졌다고 해야 할까. 적에게 수습된 시신으로서의 포로라도 그렇다. 국가가 국민을 끝까지 보호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전쟁의 한 섹션이다. 전쟁통에 이리 몰리고 저리 쏠리다가 포로수용소에 수용된 민간인과 여자들은 정말 포로인가. 포로협상 전에 강압이든 자발적이든 적군에 입대한 아군 포로들은 아직도 아군인 포로인가 아니면 이미 나라를 배신한 적군인가. 아군 포로 100명을 데려오기 위해 적군 포로 1000명을 보내면 손해를 본 것인가 아니면 아군 포로를 송환해 오기 위한 최선의 방책인가.
일단 포로협상이 시작되기 전에 양측이 국제사회에 공개한 포로 숫자가 있다. 중국측은 전쟁 개시 첫 9개월 동안 6만5000명을 포로로 잡았다고 발표한 적이 있었다. 유엔군은 그동안 포로명부를 충실하게 국제적십자사에 보고해 왔는데 1951년 6월 8일까지 누계 15만476명이었다. 미국은 중국측이 제시한 포로숫자는 경악할 수준이었다. 유엔군에서 실종자로 파악한 숫자는 한국군 8만8000명, 미군 1만1500명에 영국군과 터키군 실종자만 합해도 10만 명이 넘었다. 그 가운데 일부는 전사했다고 하더라도 최소 7만5000명 이상을 기대했었는데 겨우 1만이라니. 미국은 최소 5만여 명의 포로를 누락시켰다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중국측은 포로가 도망가거나 유엔군 폭격으로 사망하거나 혹은 전선에서 석방해서 귀향시켰다고 해명했다.
중국측은"포로의 석방과 송환은 노예거래가 아니다"라며 일대일 교환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강력하게 거부했다. 미국이 일부 수정해서 다시 제안했지만"민간인을 데려오기 위해 포로를 인질로 잡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국측은 남한의 민간인을 납북했다는 주장에 맞서 유엔군이 후퇴할 때 강제로 소거한 것을 피난민 납치라고 주장했다. 국무장관 애치슨도 유엔군 포로의 신속한 귀환이 우선이고, 자원송환은 제네바 협정에서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유엔군 사령관 리지웨이 역시 적군 포로는 유엔군 포로를 신속하게 송환받기 위한 교환물로 간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자원송환으로 입장을 변경했다. 대통령 트루먼은"포로를 송환하기 위해 강제력을 사용하고 그로 인해 포로의 생명이 위태롭게 될 어떠한 협정도 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미국은 4월 19일 재개된 참모장교회의에서 송환을 원하는 포로가 7만여 명이라고 중국측에 통보했다. 회의장 분위기는 한순간에 싸늘해졌다. 중국측에게는 어처구니없는 기만이었다. 영국과 호주와 같은 참전국조차 대규모 송환거부에 의문을 제기하고 중립국에 의한 재심사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재심사를 하면 송환 거부자가 늘어날 것을 우려해 이 숫자가 최종적이라고 고수했다. 한편 자원송환과 별개로 미국은 국제여론에서 계속 곤혹스러웠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수용소장이 포로들에게 납치됐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포로수용소에서 잔악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문서를 작성해 인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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