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샤일록 김준수만 보인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newsvop
고전은 시간이 흐르면 다르게 읽게 된다. 읽는 사람이 바뀐 탓이다. 세대가 바뀌고 가치관이 바뀐 탓이다. 그래서 당대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작품이 후대에 비판받는 경우가 흔하다. 실제로 예전 드라마를 지금 보면 남편이 아내를 무시하는 대사를 흔하게 날리고, 남성 애인이 동의도 없이 키스하는 장면이 버젓이 나와 당황스럽다. 그뿐이랴. 요즈음 옛 작품을 다시 써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격론이 펼쳐지는 이유다.
먼저 제목을 ‘베니스의 상인들’로 바꾸었다. 작품의 갈등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샤일록이 유대인이라는 설정은 지워버렸다. 과거 작품에선 샤일록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지나친 미움을 받으며 반유대주의를 확산시키는 빌미가 되었기 때문이다. 주인공과 샤일록의 대립은 동일하지만, 샤일록은 자본주의 초기 힘 있는 독점자본가로, 주인공 안토니오는 그에 맞선 상인조합 대표로 설정해 갈등의 근거를 바꾸었다. 물론 바사니오와 포샤의 사랑 이야기, 포샤와 네리샤의 활약은 동일하다.그렇다면 독점자본가와 상인조합의 갈등이라는 중심 서사가 존재하는 이유가 있어야 할 텐데, ‘베니스의 상인들’은 그 이유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다. 극의 재미는 대부분 샤일록 역의 김준수로부터 나온다. 그는 끝까지 악랄함을 잃지 않은 자본가로 분해 고집스럽게 안토니오의 가슴살 1파운드를 잘라내려 분투한다.
이렇게 독점자본가 샤일록을 선명하게 그려낸데 반해, 그와 갈등하는 상인조합의 리더 안토니오와 사랑에 빠진 바사니오에게는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 상인조합의 리더인 안토니오와 로맨스의 주인공인 바사니오의 인물형이 충분히 구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저 성공하고 싶다고, 단숨에 사랑에 빠졌다고만 얘기할 뿐이다. 그 결과 그들에게 선의나 진정성, 대안적 가치를 발견하기 어렵다. 그들의 꿈과 진심을 확인하고 공감할 기회, 그 과정에서 유태평양과 민은경, 김수인을 비롯한 주연급 배우들이 매력을 발산할 기회, 그들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인식을 확장하며 감동받을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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