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민갑의 수요뮤직] 퓨어킴다운 음악이 다시 이어진다, ‘미안한데 축하해’newsvop
음반을 들을 때면 늘 음반 안에 하나의 세계가 있다고 상상한다. 뮤지션이 직조한 세계. 그 세계에는 누군가 살고 있다. 누군가 살며 웃고 울고 만나고 헤어진다. 다짐하고 실패하고 고백하고 기록한다. 음반을 들을 때마다 영화 ‘트루먼 쇼’에서 짐 캐리의 일상을 관람하는 시청자처럼 음악 속 세계와 마주한다.
싱어송라이터 퓨어킴의 새 정규 음반 [미안한데 축하해]가 만든 세계에 들어가 본다.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청명하거나 명랑하지 않다. 첫 곡 ‘안 괜찮아’에서부터 자신이 괜찮지 않다고 선언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천국과 지옥을 낳았다는 노랫말에서 발화자가 여성임을 감지하면, 내 몸은 내 선택이었고 여전히 내 몸이라는 노랫말은 ‘틀려도 내가 틀려’라는 노랫말과 연결돼 그의 세계가 흔들리거나 무너지고 있지는 않음을, 그렇게 연약하거나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드러낸다.10곡의 수록곡에 등장하는 인물은 거의 나 아니면 너이다.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노래한 것으로 보이는 ‘말해 뭐해’를 제외하면 [미안한데 축하해] 음반 속 세계는 나와 너의 관계, 당신으로 인한 내 삶의 파동으로 채워져 있다. 그 파동은 명징하고 순정한 감정을 일으키기보다 회의하고 원망해, “가끔 널 내다 버리고 싶”은 순간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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