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민갑의 수요뮤직] 대중음악의견가의 기쁨과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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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의견가’로 살아온 지 18년쯤 되었다. 그동안 꾸준히 글을 썼다. 리뷰를 쓰고, 칼럼을 쓰고, 책을 만들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하루종일 음악을 듣고 글을 쓰기만 했을 거라고 오해할 가능성이 있으려나. 고즈넉한 작업실에서 고급스러운 오디오를 타고 흐르는 음악을 들으며 우아하고 여유롭게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쨌거나 멋진 일을 한다고 부러워할지 모르겠다. 사실 글을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었으니 꿈을 이루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등학생 시절 함께 문학동인회 활동을 했던 이들 중에 지금 글 쓰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이름을 치면 쓴 글이 나오고, 온라인 서점에서도 내가 쓴 책을 구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결과가 기쁨의 전부는 아니다. 음악은 내가 세상을 만나는 첫 번째 통로이다. 나는 귀를 빌어 인간을 마주하고 세계를 이해한다. 음악을 들으며 이렇게 생각할 수 있고,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고. 인간의 인식과 상상력이 이렇게 펼쳐질 수 있으며, 현실이 이렇게 음악으로 드러난다는 것을 확인할 때마다 나의 귀는 기꺼이 깊어진다.

그동안 적지 않은 글을 쓰고 말을 했지만 매번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헛발질을 하거나 오버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 순간이 쌓여 나의 슬픔이 되었다. 음악의 아름다움에 내 언어가 가까워지고, 음악의 성취나 한계를 올바르게 기술해 낼 때, 비로소 덜 부끄러울 수 있다. 한 사람의 직업인으로, ‘대중음악의견가’라는 직함을 걸고 살아가는 사람으로 항상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싶은데,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처음 평론을 시작할 때는 반드시 나에게 평론의 세계를 보여주었던 선생님들처럼 써내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그들에게 선생님이었던 거인들만큼 가치 있는 사유와 인식에 이르고 싶었다. 지금 당장은 해내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그렇게 써내는 비평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나의 글은 그들 가운데 누구에게도 미치지 못한다. 그것이 나의 오래된 슬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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