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정원 일에 몰두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내려놓는 한 방편. 불가의 언어를 빌어 방생이라고 했으나, 정원 일에 몰두하는 것은 숱한 세상 근심걱정을 내려놓는 데 도움이 된다고. 따지고 보면 시 짓는 것도 정원 일이고, 요리하고 빨래하고 아궁이에 넣을 장작 쪼개는 일도 정원 일. - 삶의 향기,정원,정원사,정원 가꾸기,물질성과 구체성,봄비
봄비가 내린다. 어젯밤 돌담 밑 수로에서 청개구리 우는 소리를 들었는데 봄비를 재촉하는 예보였을까. 봄비가 내린다. 한동안 가물든 정원의 먼지를 가라앉히고 어린 봄풀들을 일으켜 세우는 빗소리가 수런거린다. 비설거지는 어제 오후에 미리 끝내놓았다. 오늘은 굳이 찬비 맞으며 동네 둘레길 걸으러 나갈 일도 없고, 텃새들이나 길냥이들도 보이지 않으니 차마 끝에서 도란도란 흘러 떨어지는 물소리나 들으며 한유함을 즐기련다.얼마 전 옆지기가 한 말이 떠오른다. 난 올해 정원사 가 될 거예요! 그런 말을 한 그녀는 며칠에 걸쳐 너저분한 정원의 마른 풀들과 나뭇가지들을 깨끗이 정돈하더니 어제는 묘목상에서 사온 산사나무, 모란, 화살나무 등을 뒤란에 심고, 텃밭에 심을 토종 고추, 쇠뿔가지, 오이, 적상추 등의 씨앗을 묘판에 뿌렸다. 정원도 그리 넓지 않고 텃밭도 작지만, 나는 그녀가 정원사 가 되겠다며 부지런히 움직이는 그 속뜻을 헤아린다.
평소 글쓰기를 놀이로 삼고 있는 나 역시 정원 일을 즐긴다. 따지고 보면 시 짓는 것도 정원 일이고, 요리하고 빨래하고 아궁이에 넣을 장작 쪼개는 일도 정원 일. 어제는 텃밭 옆 전봇대 위에 둥지를 트는 까치들이 승용차 위에 떨어뜨려 놓은 나뭇가지와 진흙과 똥을 털고 씻어냈는데 그 또한 정원 일. 때로 귀찮을 때도 있지만, 이런 일들을 하다 보면 나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어 좋다. 아무 일 없는 삶을 바라는 이들도 있겠지만, 정원 가꾸기는 에덴동산을 가꾼 태초의 정원사처럼 지복을 누리는 일.“오랫동안 사랑을 떠나 있으면 차츰 사랑의 육체성과 물질성과 구체성을 상실하게 되고, 마침내 양피지에 적힌 아득한 전설과 신화가 되어 작은 금속상자에 담긴 채 인생의 무대에서 사라지게 된다.”
정원 일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흙 주무르기. 무너진 돌담을 다시 쌓을 때면 돌과 돌 사이에 흙을 비벼넣어야 하고, 흙으로 만든 아궁이 또한 일 년에 한두 번씩은 흙을 개어 연기가 새는 틈을 메우곤 하는데, 그렇게 손으로 흙을 주무를 때면 흙멍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불멍도 즐기지만 흙멍에 빠져 있는 동안 내 촉감의 희열은 늘어나고 저절로 아상을 내려놓게 되더라.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삶의 향기] 싸움의 기술옳고 합리적인 정치인은 사사건건 반대하고 분노하는 공격적인 정치인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 상대를 이길 수 있다면 흠이 있는 후보에게도 표를 주는 것이 대중이다. 대중은 이길 수 있는 강한 자에게 표를 던진다. - 삶의 향기,싸움,기술,선거 전문가,승리이지만 토론,판매 상품,존 버거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삶의 향기] 결국 나의 친구는 나였던 거다조병화 시인의 ‘결국 나의 천적은 나였던 거다’라는 시 구절을 기억하면서 늘 맞는 말씀이라고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요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또 하나의 당연한 말은 ‘결국 나의 친구는 나였던 거다’ 아닐까 싶다. 오래전 마카오 여행길에 비싼 새 호텔과 비싸지 않은 오래된 호텔의 장단점을 물으니 비싼 호텔은 명품을 파는 면세점과 연결되어 있고, 덜 비싼 호텔은 옛 골목들을 둘러보기 좋다는 답이 돌아왔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삶의 향기] 항상 미소짓게 하는 마음마음은 본래 깨끗하고, 마음 안은 이미 고요하다’는 말씀에 저절로 수긍이 간다. 이 말에 법정 스님은 산문집 『말과 침묵』에서 주석하기를 '너그러운 마음은 사람의 본심(本心)이고, 옹졸한 마음은 본심이 아닌 번뇌다. 그리고 마음이 일어나는 것에 따라서 유익한 마음, 해로운 마음, 과보의 마음, 작용만 하는 마음으로 분류하여 그 가짓수를 89가지 마음, 121가지 마음, 21만2021가지 마음으로 분류하고 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의대 '2천명 증원' 배정…비수도권 1천639명·경인권 361명 확정7개 거점국립대 정원 '200명'으로 확대…소규모 의대도 정원 100명 수준으로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대통령 ‘대화 추진’에 “긍정적” “증원 철회 먼저” 엇갈린 의료계정부의 ‘의료개혁’을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와 전공의, 교수들이 24일 모여 ‘의대 정원 증원’ 저지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26일부터 미복귀 전공의 면...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사설] ‘2000명 증원’ 당정 엇박자, 이제 ‘의·윤 갈등’이 됐다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못 박으면서 의대 교수들의 줄사표가 계속되고 있다. 여당 지휘부도 2000명은 열어놓고 협의하자고 말하지만, 윤 대통령은 빗장...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