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산양 990마리가 지난겨울 집단 폐사한 사실이 한 시민의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알려졌다. 국내에 남아 있는 걸로 추정됐던 전체 산양 개체 수의 절반 ...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산양 990마리가 지난겨울 집단 폐사한 사실이 한 시민의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알려졌다. 국내에 남아 있는 걸로 추정됐던 전체 산양 개체 수의 절반 이상이 떼죽음을 당했다니, 충격적이다. 폭설로 먹이를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정부가 쳐놓은 아프리카돼지열병 울타리로 이동마저 제한된 탓으로 보인다. 멸종위기종의 절반 이상이 집단 폐사할 때까지 정부는 대체 무얼 했으며, 어째서 그 사실마저도 시민의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알아야 하는지 개탄스럽다.
서울에 사는 평범한 30대 초반 직장인 정형준씨의 정보공개청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 서식 중인 산양 1630개체 중 990마리가 지난겨울 폐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눈이 녹으면서 민통선 지역 등에서 발견되는 산양 폐사체 수가 점점 더 늘고 있어, 실제로는 1000마리 이상 떼죽음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산양 복원 사업’ 덕분에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놓인 산양이 한국에서만큼은 지난 20여년간 700마리에서 1600여마리까지 늘어났다고 홍보해왔지만, 이런 노력이 일거에 무위로 돌아가게 됐다. 산양의 떼죽음은 명백히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방치 때문이다. 환경부는 2018년 발간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전 종합계획’에서 “겨울철 먹이 부족, 폭설에 의한 고립 등에 의한 피해 사례가 빈번,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해 이미 산양의 위기를 인식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ASF 바이러스 남하를 막겠다면서 2019년부터 경기·강원도 일대 산속에 1831㎞에 달하는 긴 울타리를 세웠다. 전문가들이 바이러스 차단 효과가 크지 않고, 산양 등 야생동물 이동경로만 막을 수 있다고 경고했음에도 환경영향 분석조차 건너뛰었다. 이 울타리가 본격 설치된 2020년 이후로 국내 산양의 77% 이상이 폐사한 걸로 추정된다.
ASF 울타리에 가로막혀 길 잃은 산양이 탈진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 게 2021년부터다. 그런데도 관련 부처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느라 서식 개체 수와 폐사 수조차 체계적으로 집계해 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씨가 정보공개청구를 하면서 환경부에 문의하자 환경부 측은 “천연기념물은 문화재법에 따라 문화재청이 멸실관리해야 한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그러나 산양은 천연기념물인 동시에 멸종위기종인 ‘중복종’으로, 멸종위기종 관리 책임은 환경부에 있다. 정부가 야생동물·멸종위기종 보호에 조금이라도 의지를 갖고 있다면 이제라도 남은 산양 개체 수가 어느 정도인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 소상히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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