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를 만나지 않은 채 오로지 검수 도구에만 기대는 웹 접근성은 무언가 핵심을 놓친 것만 같다.
‘웹 접근성 경험자 우대.’ 개발자 채용 공고를 보다 보면 이런 문구가 종종 눈에 띈다. 웹 접근성은 이제 IT 업계의 필수 상식이 되었다. 웹 접근성을 개발하고 검수하는 절차가 눈에 띄게 편리해진 것도 한몫한다. 이전에는 시각장애인에게 웹 화면을 읽어주는 ‘스크린리더’를 웹에 연결하여 웹 접근성이 유효하게 작동하는지 일일이 검수해야 했는데, 지금은 웹 접근성을 점검하는 도구가 개발되어 클릭 한 번만으로 웹사이트의 웹 접근성 준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초창기 웹이 부흥할 때까지만 해도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웹을 사용할 수 있는지에 관한 논의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시각장애인 웹 접근성 이슈를 주도적으로 시작한 곳은 W3C이다. 1997년 W3C는 웹 접근성 이니셔티브를 창안하며 웹 접근성 논의에 박차를 가했다. 웹에 뿌리내린 수많은 네트워크를 통해 다종다양한 정보들이 오가던 때, 웹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 많은 정보에서 소외되었기 때문이다.
접근성에 관해 이야기하면 때로 어떤 사람들은 얼굴부터 찌푸린다. 그거 해봐야 누가 보겠느냐고, 정말 오겠느냐고 말이다. 나 역시 오랜 시간 웹 접근성 작업을 해왔지만, 실제로 얼마나 많은 시각장애인이 우리 웹사이트를 이용했는지는 알지 못한다. 웹 접근성이 제대로 준수되었는지 확인해주는 건 시각장애인 이용자가 아니라 웹 접근성 검수 도구다. 그러나 나는 이런 것이 궁금하다. 행사 콘셉트에 맞추어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한 웹 포스터의 대체 텍스트는 어떻게 입력하면 좋을까? 때로 웹 포스터는 단순히 정보만이 아니라 행사의 느낌을 전달하기도 하니 웹 포스터의 분위기가 어떤지 적어 넣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가 너무 많으면 이용자 입장에선 공해가 아닐지 주저되기도 했다. 정보가 과한 것과 빈약한 것의 기준이 가늠되지 않았다. 이런 내용들은 웹 접근성 검수 도구에서 평가하거나 안내해줄 수 없다. 물론 자동화된 검수 도구는 편리하고 훌륭하지만, 마치 명문화된 윤리 같지 않은가.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 뵙게 해주십시오' 조르던 제자에 예수가 한 말 | 중앙일보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하느님이 보이지 않자...\r예수 하느님 성경 십자가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미국에 중국발 '정찰풍선 정국'…의회 '바이든 허둥대나' 격앙 | 연합뉴스(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미국 영공에 느닷없이 등장한 중국발 '스파이 풍선'에 미국 정치권도 발칵 뒤집어졌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MZ세대 즐기는 '제로슈거 소주', 정말 몸에 덜 해로울까?MZ세대의 소비 이유처럼 제로슈거 소주는 일반 소주보다 몸에 덜 해로울까요?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난방비 충격’은 모두에게 같지 않다 [The 5]난방비 쇼크에 대한 충격, 모든 사람이 똑같이 느낄까요? 정부는 누구를 얼마나 지원해야 할까요? 앞으로는 난방비를 올리지 않는 게 답일까요? 기후변화팀 기민도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난방비 쇼크’에 익숙해져야 하는 이유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