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철 |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출판인 그는 아내의 불륜을 의심했다. 잠시만 외출을 해도 동선을 캐묻고, 돈을 어디 썼는지 카드 명세를 확인했다. 어느 날 자식들에게 당장 집으로 모이라는 호령이 떨어졌다. 오랜 조사 끝에 드디어 알아냈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열린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주변에서 윤 대통령 옹호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영원 기자 [email protected]그는 아내의 불륜을 의심했다. 잠시만 외출을 해도 동선을 캐묻고, 돈을 어디 썼는지 카드 명세를 확인했다. 어느 날 자식들에게 당장 집으로 모이라는 호령이 떨어졌다. 오랜 조사 끝에 드디어 알아냈다며 ㄷ아파트 몇동 몇호로 가서 담판을 짓겠다고 했다. 가족이 만류했지만, 옷도 제대로 입지 않고 줄달음을 치는 바람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아파트 문이 열렸다. 불면 날아갈 듯 쇠약한 노파가 서 있었다. 20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줄곧 거기 산다 했다. 거듭 사과하고 발길을 돌렸다. 그는 아파트 호수를 잘못 알았다고 우겼다. 가족도 더는 물러설 수 없었다. 며칠 간격으로 ㄷ아파트를 찾아가 한 집씩 문을 두드렸다. 그가 얼굴까지 자세히 묘사한 인물과 비슷한 사람조차 찾을 수 없었다.
반대 증거가 명백한데도 한사코 잘못된 믿음에 매달릴 때, 그 믿음을 망상이라 한다. 조현병이나 양극성 장애 등 정신질환에 동반되기도 하지만, 망상만 단독으로 존재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정상적으로 기능하면서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다. 꼭 이상해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망상에 관해서는 아무리 증거가 명백해도 받아들이지 않으며, 반박하려고 하면 짜증과 적대감 등 강한 감정적 반응을 드러낸다.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세계를 지배하면서 가짜뉴스가 점점 큰 문제다. 처음에는 주로 건강과 관련해 물의를 빚었다. 안아키, 환자혁명, 왕의 디엔에이 같은 사건이 반복되었지만, 어리석게도 교활한 선전에 빠진 일부 피해자의 문제로 치부되었다. 의사로서 심각하다고 느낀 것은 소금에 관한 터무니없는 생각이 퍼지는 것을 보면서다. 지나친 소금 섭취는 몸에 해롭다. 특히 혈압이 높다면 적극적으로 소금 섭취를 줄여야 한다.
죽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대중에게 심을 수 있다면 정치인들이 마다할 리 없다. 권력이 있으니 소셜미디어뿐 아니라 주류 언론과 방송, 국가 기관인들 부리지 못할까? 그 결과 미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 극우 정권이 들어서고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내밀듯 계엄을 선포하고,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국회에 군을 투입한 자가 내놓은 변명이 부정선거다. 수없이 검증과 보안 점검을 거듭했고, 심지어 165차례나 압수수색을 했는데도 증거를 찾지 못했다. 이론적으로 불가능하고 대법원까지 올라간 소송 결과 역시 근거 없다는 판결이 났다. 그런데도 부정선거 때문에 계엄을 했다고 발뺌하고, 여당과 적잖은 시민이 여기 동조해 연일 시위를 벌인다. 망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천만다행히도 계엄은 수포로 돌아갔고, 이제 시급히 정의를 회복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 2년간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망상에는 약이 없다. 그러나 헤어날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재해석해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병이 깊으면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러나 경계에 있는 사람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고, 그렇게 해야만 한다. 당신에게 공동체의 운명이 달려 있다. 그것은 곧 당신의 운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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