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복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일을 더 잘 하기 위해서.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 현실은 조금 복잡했다. 어떤 작업복은 일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됐다.
“뭐 입고 일하냐고요? 글쎄….” 사람들에게 ‘작업복’에 대해 물었을 때 첫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막상 인터뷰를 시작하면 모두 할 말이 많았다. 누군가는 새 작업복을 받고도 예전 회사 작업복을 입고 일했다. 누군가는 자기 몸에 맞지 않는 작업복을 직접 고쳐 입었다. 같은 일을 하지만 다른 작업복을 받는 이들도 있었다. 처음엔 불편하고 화도 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져 잊고 있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총 5회로 구성된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시리즈 첫 회는 지하에서 일하는 이들이 작업복 이야기다. 하수와 재활용품, 생활 폐기물을 처리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경기 하남시와 서울 강남구·구로구의 지하에서 ‘애매한 작업복’을 입고 일하고 있었다. 작업을 시작한 지 10분 만에 휴대용 온·습도계에 찍힌 숫자는 30도, 84%. 여름철 장마 기간 평균 습도와 비슷한데 바람이 잘 안 통하는 옷까지 껴입으니 갑갑함은 배가 된다. 마치 물속에 있는 것처럼 눅진하고 후텁지근한 공기 탓에 방진 마스크를 쓴 이씨는 연신 뜨거운 숨을 몰아쉬었다. 안경도 김이 서려 미끈거렸다.
경기 하남 환경기초시설 지하 하수처리장에서 일하는 이승훈씨. 긴팔 작업복 셔츠와 바지 위에 부직포 재질의 방진복을 껴입고, 어촌에서 갯벌 체험을 할 때 쓰는 가슴 장화까지 신고 있다. 성동훈 기자 이렇게 작업 내용과 상관없는 옷만 지급받는 이유는 명확한 기준이나 지침이 없어서다. 하수처리장은 수십만, 수백만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 필수시설이지만 각 지자체가 따로 관리한다. 운영 방식도, 임금도 시설마다 제각각이다. 한국엔지니어링협회는 매년 상·하반기 엔지니어링 기술자 평균임금 기준을 발표하는데, 실제 노동자들이 받는 돈은 이보다 적다.
옷은 시행사나 현장소장의 재량에 달려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시설을 운영하던 회사는 하절기용 얇은 셔츠와 바지는 물론 동절기 점퍼와 작업용 재킷, 기모바지까지 줬지만 올해 바뀐 회사에선 조끼 2장과 바지 2장만 준다. “사람이 조끼만 입고 일할 수가 있나요? 결국 예전에 쓰던 셔츠를 다시 입거나 새로 사야죠. 현장 관리자가 작업복에 관심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우리가 입는 옷이 달라진다는 게 답답합니다.” 하수처리 노동자 이승훈씨가 세목 스크린에 걸린 쓰레기를 빼내고 있다. 하수에는 오수 외에도 각종 협잡물이 섞여 있다. 작업을 하다 보면 코팅된 장갑을 껴도 물이 그 안으로 새어 들어와 냄새가 손에 밴다. 성동훈 기자
장씨는 작업을 할 때 비닐장갑 3겹에 라텍스 장갑, 반코팅 장갑까지 꼼꼼히 끼지만 손과 머리카락에 배는 냄새에는 소용이 없다. 퇴근 전 온몸을 박박 문질러 닦고, 1년에 100㎖짜리 향수 한 병을 다 써도 한번 밴 악취는 잘 빠지지 않는다. “양념치킨을 먹을 때 비닐장갑을 껴도, 냄새가 손에 배는 것과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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