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된장국·쌈 주재료인 배추는 한국인 밥상에 공기처럼 존재한다. 마늘·양파·무·고추와 함께 정부가 민감 품목으로 지정해 연중 수급을 관리...
김치·된장국·쌈 주재료인 배추는 한국인 밥상에 공기처럼 존재한다. 마늘·양파·무·고추와 함께 정부가 민감 품목으로 지정해 연중 수급을 관리한다. 생산자나 소비자나 적정한 수준에서 값이 유지되길 원한다. 배추값은 종종 널뛰듯 오르내린다. ‘금값’과 ‘헐값’ 사이에서 배추를 키워야 하나, 포기해야 하나 전전긍긍하는 농부들 이야기를 취재했다.배추는 연중 나온다. 가을·겨울 배추는 ‘땅끝’인 전남 해남에서 주로 자란다. 봄이 되면 충남의 비닐하우스와 경남·경북의 비닐 터널에서 출하된다. 여름엔 고도가 높은 강원 고랭지, 가을부터 다시 전남에서 생산한다.
밭에는 ‘○주식회사’라고 적힌 노란 푯말이 꽂혀 있었다. ○주식회사가 이 밭의 배추를 통째로 샀다는 뜻이다. 이른바 ‘밭떼기’라고 불리는 포전 거래다. 이 회사는 경기 구리에 본사를 둔 산지 유통업체다. 농부들은 산지 유통업체를 ‘상인’이라고 부른다. 상인들은 농부들이 배추씨를 뿌리기도 전인 7월부터 해남 배추 산지를 돌아다니며 미리 구매 계약을 맺는다. 농부는 밭에 배추 모종을 옮겨 심고 물만 주면 된다. 농사를 짓는 건 상인들 몫이다. 이들은 인력을 고용해 배추밭에 농약을 뿌리고 퇴비를 주고 수확까지 맡는다. 진씨가 속한 ○주식회사처럼 규모 있는 산지 유통업체는 수확팀, 비료팀 등 작업반이 따로 굴러간다. 밭에 꽂힌 노란 푯말에는 ‘9.12’, ‘9.24’, 이런 식으로 날짜가 여러 개 적혀 있었는데 앞서 다녀간 비료팀이 밭에 비료를 뿌린 날짜라고 진씨가 설명했다.농부들은 왜 배추를 심어놓기만 하고 마저 키우지 않는 걸까. 박씨는 “농가들이 안정적인 판로를 뚫기 어려워 밭떼기를 한다”고 했다. 농부들은 자신의 밭에서 적은 양의 배추만 생산하기 때문에 사가려는 이들이 많지 않다. 반면 산지 유통업체들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물량을 확보하기 때문에 가락시장은 물론, 대형마트, 김치 공장 등에 배추를 공급할 수 있다. 60~70일 뒤 수확기 때 가격은 알 수 없지만, 밭떼기 계약을 체결하면 정해진 가격에 배추를 넘길 수 있어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다만 지역 농협과의 계약재배가 밭떼기 계약에 비해 큰 이점이 없다보니 참여하지 않는 농가가 많다. 농협도 지역 내 모든 배추 물량을 소화할 순 없고, 수확기에 시장 가격이 폭락하는 경우 큰 손실을 볼 수 있어 계약재배 확대에 나서지 않는다. 반면 전국을 도는 밭떼기 상인들은 겨울배추 가격이 폭락해도, 여름배추 가격이 좋으면 손실을 어느 정도 벌충하면서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몇몇 농민들은 자구책을 찾는다. 대아청과 경매사가 전동차를 타고 경매를 진행할 배추 앞으로 이동했다. 차에 붙은 전광판에 배추 수량, 품종, 생산자, 경매가 등이 나타났다. 경매가 시작됐다. “해남산 네 팰릿, 6800원, 6900원, 7000원.” 경매 참가자들이 손에 든 경매 단말기의 버튼을 눌러댔다. 버튼을 누를 때마다 호가가 100원씩 올랐다. 마지막에 버튼을 누른 참가자가 배추를 낙찰받는다.
이날 해남산 배추의 낙찰 가격은 10㎏ 1망에 6000~1만원 수준이었다. 이틀 전에는 전국에 내린 폭설로 1망에 1만5000원까지 올랐다. 이씨가 말했다. “식자재 마트는 구색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높아도 사야 되거든요. 오늘 많이 내려갔으니 다행이죠.” 해가 잘 들면서도 여름에 서늘한 안반데기에선 25도 이하에서 자라는 고랭지 작물을 키우기 적합하다. 김씨네 가족은 씨감자와 배추를 이모작으로 키웠다. 현재 김씨는 춘천에 살면서 농번기에만 안반데기에서 지낸다. 안반데기 배추는 6월 중순~7월 초에 모종을 심고 8월 중순~9월 중순 수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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